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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운오리새끼 민 Dec 09. 2018

도광양회, 도회지계, 조조의 책사 사마의(사마중달)

리더에게 나쁜 참모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도회지계(韜晦之計)는 주위로부터 견제나 시기를 막기 위해 자신의 재능이나 큰 뜻을 숨기고 속으로 실력을 키우는 계략을 의미하는 뜻이다.

둘다 비슷한 말이지만 이 말을 충실히 실행하며 자신의 뜻을 펼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삼국지의 모든 영웅도 이루지 못한 통일의 대업을 이룬 사마의(사마중달)다.


사마의는 한나라 말기 조조의 수하에 있었으나, 후에 위나라를 멸하고 삼국을 통일한 진나라를 세우는데 기초를 다진 사람이다. 

사마의는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한나라 말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 시기가 올 때까지 그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시대가 올 때까지 남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때로는 미친 척 위장도 하고 병을 핑계 대는 등 자신을 감추고 때를 기다렸다. 

이런 처세로 그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사마씨 왕조의 기반을 착실히 닦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손자 사마염이 마침내 위나라 원제의 양위를 받아 진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사마의가 뛰어나다는 것은 그가 제갈량과의 싸움에서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번번이 사마의의 지구전에 말려 아무런 성과도 없이 물러난 것만 봐도 그렇다. 어쩌면 제갈량과 사마의의 지략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오장원 전투에서 제갈량이 사마의의 지구전에 맞서 심리전으로 싸우지 않는 사마의를 향해 여인의 장신구로 조롱할 때에도 사마의는 이런 제갈량의 심리를 간파하고 오히려 역으로 제갈량의 안부를 물어보는 척하며 제갈량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였던 것이다. 요즘도 국가 원수의 건강 상태는 비밀사항으로 보안을 철저히 하는데 사신을 통해 제갈량의 건강 상태가 알려졌으니 제갈량의 입장에서도 매우 불안했을 것이다. 

바둑에서 수 읽기 싸움에서 이겨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맞붙은 세기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도 바로 수 싸움에서 알파고에 졌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도 지략 대결을 하는 입장에서 상대의 수를 읽고 이를 대처한다면 싸움을 꼭 하지 않아도 승패는 결정되는 것이다. 제갈량은 지금껏 위나라와의 수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었는데 사마의 등장 이후부터는 고전을 했었다. 그만큼 사마의의 실력이 출중했던 것이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제갈량과 사마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단지 사마의와 제갈량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제갈량은 끝까지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과 사마의는 위나라를 멸하고 자신의 나라를 세웠다는 것뿐이다. 이것은 참모로써 아주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마의는 조조가 자신을 중용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사양하였다가 결국 조조의 위협에 눌려 그의 수하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조조는 사마의가 다른 뜻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신임하지 않고 크게 중용하지도 않았다. 또한 아들 조비에게도 사마의는 신하로 만족할 만한 사람이 아니니 항상 경계하라고 일렀다. 

사마의도 이런 조조와 조비의 생각을 알고 항상 자신을 낮추고, 전공을 세우더라도 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하찮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마의는 후한 헌제에게 왕위를 선양받아 조비를 위나라 황제로 등극하는 데 공을 세웠는데, 이로 인해 조비는 사마의를 신뢰하며 중용하였으며, 태위의 지위를 부여했다. 조예가 죽고 대장군 조상이 자신의 병권을 박탈하자 병을 핑계로 관직을 떠나 집에 머물며 후일을 도모했으며, 마침내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쥐게 되었다. 

사마의에 대해서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그것은 자신을 철저히 감추며 주군을 위해 헌신하기보다는 딴마음을 품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능력이 출중한 참모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권력이란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며, 자신을 위협하는 참모를 리더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제아무리 충성을 맹세하고 다른 마음을 안 갖는다 해도 리더는 항상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사마의도 처음부터 딴마음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조조를 위해 많은 계책을 내었으며, 조비를 도와 제갈량의 공격을 막아 냈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경계심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부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결국 참모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던지 아니면 본인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사마의는 후자를 택했을 뿐이다. 

사마의는 그동안 여러 경험을 통해서 2인자의 한계와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조심하였으며,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지 않고, 권력 다툼이 심했던 당시 상황 속에서도 변화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잘 처신했기에 훗날을 도모할 수 있었다. 

사마의를 참모로서 무서운 존재로 보는 이유는 이처럼 자신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의도는 철저하게 감추고 결정적인 때를 기다려 일 거에 승부를 노렸기 때문이다. 
즉, 상대의 경계를 풀어놓고 기회를 엿보다가 때가 오면 한 번에 모든 것을 결정짓는 방법으로 자신의 반대세력을 제거했다. 

실제 사마의가 실권을 잡는 데는 한 번의 공격이면 족했다. 조상이 방심한 틈을 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정변을 성공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조부터 조방에 이르는 위왕조 4대를 섬기며 끊임없는 권력의 감시 속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왕조를 세운 것이다.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사마의 같은 참모는 결코 원하지 않는 참모다. 리더를 향한 의리나 충성보다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는 배신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참모의 형태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사례일 수 있다. 참모는 리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S :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나요 아니면 준비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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