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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써의 풍도 4.현신으로 남아 백성을 위해 일을하다

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과거 역사에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또 주군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당시에는 허다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을 역사는 충신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풍도는 자신의 목숨을 충신과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명나라 때 방효유라는 대학사가 있었다. 당시 주원장이 죽고 그의 손자가 황위를 물려받았으나 이내 곧 자신의 숙부인 주체에게 왕위를 내주어야 했다. 주체는 자신이 황제가 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방효유의 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효유는 황위를 찬탈한 주체를 인정할 수 없다 하여 끝까지 조서를 쓰는 것을 거부했다.
"역적을 위해 조서를 쓰느니 차라리 당당히 죽어 충신으로 남을 것이다."
방효유가 이렇게 말하자 주체는 방효유를 협박했다.
"너 하나 죽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너로 인해서 구족을 멸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는 구족이 아니라 십 족을 멸해도 두렵지 않다."
방효유의 말에 주체는 그의 혈육과 인척 그리고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그의 문하생들까지 모두 죽여 버렸다. 그리고 억울해하는 그들에게 주체는 저승에 가서 방효유를 탓하라고 하였다.

이처럼 방효유는 충신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고 그들의 이유 없는 죽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충신이란 이름 하나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 치고는 너무 크지 않은가? 여러분이라면 아는 사람을 위해 이유 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기꺼이 맞이할 수 있을까?

풍도의 입장에서는 절대 이해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 빼앗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부득이해야 한다면 자신은 몰라도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풍도는 후당의 이존욱이 대업을 달성한 이후 정사(政事)는 돌보지 않고 오로지 연극에만 몰입하고 대신들보다는 배우들을 총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이존욱에게 정사를 돌볼 것을 얘기했지만 이존욱이 이를 듣지 않자 더 이상 자신이 모실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부모님의 상을 핑계로 잠시 고향에 낙향하였다.

풍도의 입장에서는 이미 정사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풍류와 자신의 개인 관심사인 연극에 몰입해 있는 황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황제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은 황제가 자신의 말을 듣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함인데, 풍도의 말은 듣지도 않고 황제 자신만의 생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말로도 그를 돌릴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그를 위해 충언을 한다 해도 돌아올 것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과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가족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지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까지도 위태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풍도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 월나라의 범려로 살 것인가?, 아니면 문종으로 살 것인가? 역사가 증명하듯 풍도는 범려의 길을 택한 것이고, 이후 이사원이 황제로 등극하자 풍도는 다시 조정에 들어갔다. 풍도가 조정에 다시 부름을 받은 것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물러나 살아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무엇보다 그의 품성이 부귀를 탐하지 않고, 항상 차분한 말투 때문이었다.

풍도는 충신이 되는 것은 쉽지만 현신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목숨을 걸고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백성을 위해 자신의 일을 다 하는 것이 현신의 도리라고 판단했다.

PS : 충신과 현신의 차이는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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