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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써의 풍도 5. 실리를 따져 움직일 수 있는 자

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후당의 이사원이 죽음을 앞두고도 황제를 누구에게 물려줄지 결정이 되지 않았다. 당시 이사원의 총애를 받던 숙비는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세우려고 했다. 숙비는 누차 이사원에게 간청을 하였지만, 이사원은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 말뜻은 숙비의 아들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숙비는 풍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풍도가 이사원에게 말해주면 자신의 아들이 황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풍도는 오히려 숙비의 아들은 황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지원군을 얻을 생각으로 풍도를 불렀건만 그의 입에서 뜻밖에 자신의 아들은 안된다는 말을 듣지 숙비는 화가 치밀었다.

"그대는 무슨 근거로 우리 허왕이 태자에 적합치 않다는 것인가?"
"장자 승계의 원칙에 따라 첫째, 둘째가 세상을 떠났으니 셋째인 송왕이 되는 게 맞습니다. 설령 송왕이 허왕에게 양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노왕 이종기를 어떻게 설득하실 수 있겠습니까? 숙비께서는 노왕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 순간 숙비는 노왕을 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송왕은 어떻게 할 수 있지만 노왕은 산전수전 다 겪은 전쟁광이다. 그런 노왕을 왕의 친위대로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자 숙비는 이제 두 모자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가야 살길을 찾을 수 있는지로 관심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우리 모자가 살 방법은 무엇인가요?"
숙비가 정신을 차린 것을 알고 풍도는 숙비에게 살 비책을 알려줬다.
"일단 송왕에게 태자 자리를 물려주십시오. 그러면 노왕의 노여움은 비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숙비와 그의 아들 허왕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풍도는 이종가가 곧 낙양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중서사인 노도를 불러 이종가를 황제로 추대하는 문서를 작성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노도는 태후의 명령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조서 쓰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러자 풍도는 노도에게 말했다.
"지금은 절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을 중시해야 하는 것이네."
풍도는 절차나 형식, 명분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현실과 실무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그가 오랫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지켜온 일관된 철학이었다. 즉, 정치란 명분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실리를 따져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풍도가 황제가 될 사람을 위해서 꼭 미리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앞서 이종가가 성으로 들어올 때 미리 조서를 써야 한다고 했었지만 곽위가 황제 유승우를 이기고 돌아올 때는 달랐다. 이때도 풍도는 친히 곽위가 성으로 들어올 때 맞이하러 갔다. 곽위는 풍도가 나와 있자 마치 황제가 된 듯한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곽위는 풍도의 말을 듣고 아직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번 행차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이 말은 자신을 황제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아직 궁 안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처럼 풍도는 같은 상황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움직였다. 또한 이렇게 곽위에게 말해 줌으로써 그가 오판하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말 한마디로 정치적 의미를 상대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풍도는 상대에 따라 때로는 짧고 강하게, 때로는 비유와 예를 들면서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켰던 것이다.

PS : 상황에 따라 실리를 챙기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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