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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써의 풍도 6. 10만 명의 목숨을 건진 말

리더를 성공으로 이끈 참모

by 미운오리새끼 민

이종가 이후 석경당이 거란의 야율덕광의 지원을 얻어 후진(後晉)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석경당은 야율덕광을 부(父)황제, 즉 아버지라 칭했다. 당시 거란을 야만 민족이라 칭했던 상황이라 거란의 황제를 부황제라 칭하는 것을 반대하였지만, 석경당은 자신보다 어린 야율덕광에 부황제라 칭했다.

이때 거란의 황제가 사신을 요구하였는데 모두들 가려하지 않았다. 결국 풍도가 가기로 결정되었는데, 거란의 황제 야율덕광이 풍도를 매우 흠모하였다. 그가 사신으로 온다고 하자 그를 영접하려 나가려 했으나 황제가 신하를 영접하러 가는 전례는 없다는 신하들의 뜻에 따라 그를 궁전 입구에서 맞이하였다.

이처럼 풍도는 외국에서 조차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 야율덕광은 풍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선생을 오래전부터 모시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 너무 감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소. 부디 여기에 남아 우리나라를 위해 일해주기 바라오."
풍도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이 죽어서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란 황제에게 말했다.
"저의 황제가 이미 황제의 아이들이고, 신하 된 자로서 두 분을 위해 일하는 것인데 장소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야율덕광은 매우 기뻐하였다.

당시 한족들은 거란에 대한 두려움은 매우 컸다. 과거 그들의 조상들이 5호 16국 시대에 가는 곳마다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하고 심지어 식인까지 하였기에 거란의 침략은 다시 과거의 참상을 떠올리게 하였다. 이때도 풍도는 거란의 황제 야율덕광을 직접 찾아가 그를 만났다. 야율덕광은 풍도가 지난날 자신에게 남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거와 다르게 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대는 진나라를 위해 일을 했는데 왜 이리도 나라가 혼란스러운가? 신하 된 도리로 천하의 백성을 구하는 일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 아닌가?"
풍도는 표정 변화 없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은 부처가 살아 돌아온다 하여도 천하를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럼 누가 천하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직 폐하만이 천하의 백성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야율덕광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여기서 풍도를 비방하는 사람들은 풍도가 매우 아첨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어가 보면 상황은 다르다. 앞서도 말했듯이 거란의 침략은 단순히 황제를 폐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나고 간 자리의 마을은 폐허가 되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도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 상황에서 풍도의 말은 지금의 난세는 야율덕광이 멈추지 않는 이상 평안해질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기에 야율덕광도 풍도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대의 말 한마디가 10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 말의 의미는 그간 야만족이란 이름으로 잔인하고 난폭하게 행동했던 그에게 부처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야율덕광은 한순간 자신의 위치가 부처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부하들에게 살인과 약탈을 금지시켰다.

PS : 상대에게 진실되게 다가가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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