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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에게 미래가 없다

by 미운오리새끼 민

"독불장군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차기 여권 대선주자들이 자신과 선 긋기를 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쓰자 이에 대한 강한 경고성 발언으로 한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살아있는 권력이 미래의 권력, 즉, 1인자가 2인자에게 던진 강력한 메시지인 것이다.

2인자는 1인자를 돕는 조력자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론 1인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거나 또는 1인자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 놓고 표현하거나 나타내면 1인자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심하면 쫓겨나거나 과거에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1인자와 2인자와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최근 자유한국당 조직강화 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이끌었던 전원책 변호사의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은 전원책 변호사를 십고초려 해서 모셔왔다고 했지만 결국 두 달도 못 가서 해촉을 했다. 해촉 이유는 월권 때문이었다고 한다.
월권이 무엇인가?
바로 자기 권한 밖의 일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럼 전원책 변호사는 왜 월권을 했을까?
아마도 그것은 대화의 해석 차이와 전원책 변호사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전원책 변호사를 위촉할 당시 전권을 주겠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조강특위에 한해 전래 없는 권한을 준다고 한 것이지 그 범위를 넘어서 전권을 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즉, 월권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 말에 추가적인 사례를 들며 자신의 내용을 설명했다.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전권을 준다고 할 때는 경제에 관해서 주는 것이지 그것이 대통령의 권한 자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는 말로 자신의 말을 대신했다.
즉, 다시 말하면 조강특위에 한해 전권을 준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두 사람 간의 말의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 거 같다. 전원책 변호사가 다르게 해석했던지 아니면 이 말을 무시하고 본인이 1인자처럼 행동해도 괜찮아서 그랬는지는 모른다.
어찌 됐건 전원책 변호사는 2인자를 넘어 1인자와 같은 언행을 했기에 해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즉, 자유한국당 내에서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들은 김병준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당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전원책 변호사를 끌어안는 것보다는 결별이 더 당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전원책 변호사 본인이 1인자가 되고 싶었는지 아니면 1인자처럼 행동하고 싶었는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었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본인이 1인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인자처럼 행동한 것이 결국 그를 해촉에 이르게 했다는 데 있다.

1인자와 2인자의 관계에서 이러한 일들은 수없이 많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1인자가 버젓이 살아있고, 아직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인자의 돌출적인 행동이나 말은 1인자에게는 분명 거슬리는 모습이다. 가만 놔두면 1인자의 위치가 좁아진다는 것은 1인자라면 본능적으로 느낄 것이다.

조직에서 참모가 리더에게, 이사나 직원이 대표에게, 사원이 윗사람에게 직언을 하거나 아니면 리더나 대표, 중간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나 말을 그 아랫사람이 할 경우 그것을 좋게 보는 리더나 대표, 윗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그것을 따라야 하거나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2인자의 행동 하나에 모든 조직의 분위기와 자신의 위치마저도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인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위치가 1인자인지 2인자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1인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언행이 1인자를 위협하거나 능가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 또한 어떻게 생각하는지 피드백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주나라 주공과 중국의 저우언라이, 위나라의 사마의와 MS사의 스티브 발머라고 할 수 있다. 단 두 부류의 사람의 운명은 너무 달랐다. 앞의 두 사람은 끝까지 1인자를 도와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아름답게 물러났던 반면 뒤의 두 사람은 조용히 침묵하며 때를 기다려 리더가 되었다.

물론 협업을 잘한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러츠와 로버트 이튼, 그리고 정말 모든 권한을 위임했던 유비와 제갈량은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김병준 위원장은 전원책 변호사와의 관계를 크라이슬러의 사례가 되기를 희망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최소한 전원책 변호사는 유비와 제갈량의 사례처럼 되길 희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전원책 변호사가 후자인 경우를 생각했고, 제갈량이 유비를 리더로 인정하고 최소한 그의 결정을 거스르지 않은 것처럼 전원책 변호사도 그렇게 행동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었을까?

1인자에게 2인자는 독불장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2인자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왜냐면 아직 현재 권력자는 1인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인자는 항상 비굴하지 않으면서 낮은 자세와 리더를 존경하는 겸손한 자세를 갖고, 1인자의 권한을 넘지 않으면서 물러가고 나아갈 때를 아는 지혜를 통해 자신의 처세를 바르게 해야 오래도록 1인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향후 본인도 1인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PS : 상사나 리더 앞에서 권한을 넘어서 행동한 적이 있나요? 있다면 그때 상사나 리더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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