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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Sep 25. 2020

경기 유랑 김포 편 4-1(한강 신도시 호수 공원)

과거의 현재의 미래의 김포


“우와 자기야 이것 좀 봐봐 신기한 사진이 있어!” J여사가 토끼눈을 뜨며 나를 다급하게 부른다. 나는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천천히 여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내민 핸드폰에는 한 위성사진이 있었다.

“이거 맘 카페에서 공유한 사진인데 불과 10년 전 김포 장기, 운양동 사진이라는데 우와! 완전 논, 밭이고 심지어 구래동이 아니라 구래리였네 정말 신기하다.” 나는 여사의 말에 동감을 표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맞아 내가 대학생 때 강화도 갈 때 만해도 사우동(김포의 구도심, 시청 부근)만 빼고는 전부 논, 밭이었고 그린벨트 지역이었어, 해병대 사단도 위치하고 군부대도 여기저기 분포하는 별 특색이 없는 도시였는데 이번 기회에 김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탐구해 보자 멀리 가지 말고 김포 도심 위주로 돌아보는 거야” 우리는 김포의 매력에 대해 여행자의 시각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김포 탐구가 오페라의 서곡이라면 지금부터가 진짜 김포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쳐보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너무 무거운 장소부터 선뜻 데려가기가 겁이 나서 구래동에 위치한 한강신도시 호수공원에 먼저 데려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집이 구래동 근처에 위치해서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러 몇 번 오기는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동네 주민이 아니라 여행자의 눈으로 지켜보는터라 비석에 쓰인 글자 하나하나까지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리라......

구래동은 비록 한강신도시 가장 끝에 위치해 있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면 서울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자리해 있어서, 발전이 더디겠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김포 골드라인 구래 역의 출구로 올라오자마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인정하게 된다. 5~6층의 거대한 상가들이 역을 기점으로 두 겹 세 겹으로 끝도 없이 늘어서 있으며, 온갖 프랜차이즈들과 심지어 베트남 쌀국수 PHO가 아닌 후 띠에우도 맛볼 수 있어서 놀랄 정도였다.

요즘 세워지는 신도시마다 호수공원이 자리 잡아 동네를 한층 아름답게 빛내주고 있는데, 특히 보름달이 뜰 무렵에 물빛에 비친 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태백과 함께 달을 잡으러 물에 빠지고 싶은 심정이 든다. 구래동에 위치한 호수공원은 크기가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한 바퀴 돌기 참 적당하다. 이화원의 쿤밍호는 너무 거대하고, 알람브라의 나스르 궁전은 너무 복잡하다.

호수공원에서 구래 동쪽을 바라보니 거대한 아파트 숲과 산토리니풍의 파란 돔이 인상적인 카페 건물이 약간 어색한 조합을 보며 실소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국적인 풍경을 뒤로한 채 다음 장소로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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