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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Sep 24. 2020

경기 유랑 김포 편 3-3

김포의 특색 있는 카페들

우리 가족은 선천적으로 방랑벽이 있어서 집에 하루 종일 있다 보면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라 어디 근처라도 마실을 가지 않으면 좀이 쑤셔 견디지 못하는 타입이다. 오늘은 늦잠 덕분에 벌써 해가 중천이다. 들볶는 J여사의 성화와 함께 가볼만할 장소를 재빠르게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멀리는 못 나가고 아직 피로의 여파가 남아있어서 무리하긴 싫고 색다른 카페에 가서 휴식도 취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다행히 김포에는 비교적 그런 장소가 많다. 서울과는 달리 주차공간도 넓고, 규모도 큼직해서 차 안에서 오래 대기하는 그런 불상사도 별로 없고........ 이번에 가는 카페는 글린 공원과 마찬가지로 석모리에 위치해있다.(그렇다고 석모리가 카페가 몰려있다고 해서 좋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몬테 델피노라는 곳인데, 몬테는 이탈리아어로 산을 의미하고, 피노는 소나무를 뜻하는 것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입지가 산에서 조금 들어가 있어서, 숲 속 한가운데 느낌을 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바로 옆에 규모가 큰 실내 골프연습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골프 치고 티 타임으로 오신 분들 도 꽤 많아 보였다.

건물도 규모가 크고 화려해 보이고, 옆에 정원도 갖추고 있었고, 심지어 인공폭포도 흐르고 있다. 부르주아(bourgeois)가 아니면 들어오지 마십시오. 표지판만 붙어 있지 않았을 뿐 자격지심이 마음속에 일어나 약간 위축된 걸음으로 카페 내부에 들어왔다. 내부는 겉에서 보다 더욱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샹들리에도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배치되어있는 소파나 가구가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카페인데도 불구하고 와인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하고 우람한 댐에 조그만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인에 관해서 조금 관심이 있던 나는 먹잇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금살금 접근해서 라벨을 관찰해 보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았다. 갑자기 날이 갠 것처럼 주위가 환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활기차게 수다를 떨고 있고, 가운데는 빵을 고르는 베이커리 코너도 있어서 일단 무난한 소시지 빵을 고르고 커피를 각자 시켰다.
뭐 맛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김포는 10년 사이 급속하게 인구가 두배 이상 증가하고, 얼마 전까지도 농촌마을이었던 장소가 어느새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이고, 전철역도 들어서는 등 급속한 속도로 성장을 하는 도시다. 아마 서울에 비해 비교적 집값이 저렴하고 가까워서 서울에 직장을 둔 많은 사람들이 김포로 이사를 왔지만 아직 증가한 인구수만큼 문화시설을 비롯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문화생활에 대한 욕망을 이런 카페들로 조금 해소하는 듯했다.(사실 우리나라 대다수 지역이 그런 편이다.)

이번엔 시내 사이 공간 말고 좀 더 교외에 위치한 뱀부라는 곳을 다녀왔다. 저번에 갔었던 전류리 포구 맞은편 언덕 위에 위치해 있고,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대나무를 테마로 꾸민 카페라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위층은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래층이 카페인데 내부로 들어서면 내부가 대나무 숲에 들어온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색다르긴 했다.

그렇다고 김포에 위치한 카페들이 전부 외양에만 치중하고 본질인 맛에 대한 신경을 덜 쓰진 않는다. 마지막에 소개할 카페 진정성은 외양이 독특하지만 화려한 조명도, 숲 속에 온 것처럼 식물도 없지만 오롯이 차에 집중할 수 있기에 정말 좋았다.

김포에서 시작해서 최근에 서울에도 분점이 생긴 진정성은 김포에 총 3군데가 있는데 각기 지점마다 조금씩 콘셉트와 스토리가 달라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본점, 서(徐)점, 기(紀) 점이 있는데 콘크리트의 차가운 현대 건축물이 눈에 띄지 않고 테이블과 소박한 의자에 앉아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서 바쁜 일상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휴식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것 같다.

서점 같은 경우엔 천천히 가다의 서(徐) 자 뜻처럼 커피를 마시는 공간과 차를 마시는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고, 기점은 다른 매장 규모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잠시 들렸다 쉬어가는 부담 없는 기분으로 갔다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는 특이하게 밀크티가 주력이다. 대만식과는 달리 타피오카가 들지 않은 밀크티이고 맛이 연한 것 같으면서도 우롱차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다가오는 부담 없는 느낌이고, 디저트들도 다른 베이커리 가게들과 달리 맛이 진하지 않고 담백해서 무척 좋았다. 음료나 분위기처럼 나도 한동안 멍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김포의 카페를 둘러보며 아직 우리나라의 카페 문화는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부족한 점도 많고 본질에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지만 한국인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부족한 문화생활의 욕망을 달래주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새로운 스토리텔링 이라던가 그 카페만의 매력도 생길 것이라 믿는다. 단순히 유행을 타지 않는 수십 년이 지나도 잘 유지되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명소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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