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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14. 2021

경기 유랑 시흥 편 2-3(갯골 생태공원 2)

생태도시를 꿈꾸는 시흥

갈대밭을 따라 물길의 정취를 느끼며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습지 초원의 광활한 풍경을 경기도 근교에서 보게 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정말 내가 모르는 장소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길을 따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낯선 풍경의 염전 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서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래포구와 이어지게 되는데, 이곳 일대는 본래 소래염전으로 불리던 지역으로 1934에서 36년 사이에 조성되었으며, 여기 갯골을 중심으로 145만 평의 규모를 자랑하던 거대한 규모의 염전이었다.

당시 이곳에서 생산되던 소금은 근처에 있는 수인선과 경부선으로 향하는 열차에 잔뜩 실어서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수탈되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때는 인근의 남동 염전, 동남 염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소금 생산량의 30%를 담당하고 있었으나 각종 환경오염에 관한 이슈와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1996년에 패염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방치되었던 염전은 이제 생태공원의 일부로서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체험의 현장으로 어른들에게는 예전의 추억과 새로운 볼거리로 남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예전 염전창고로 쓰이던 장소는 각종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고,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소금밭은 어린이들에게 소금들을 직접 만지며 느낄 수 있는 소금 놀이터로 새롭게 바뀌게 되었다. 비교적 예전의 모습들을 잘 간직하고 있어 레트로의 감성이 살아있는 소래염전에서 우리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기 바빴다. 특히 예전에 소금을 실었던 기찻길과 열차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살아있는 역사공부도 할 수 있다.

염전지역을 빠져나오니 어느새 하얀 소금밭의 모습들은 사라지고 푸릇푸릇한 잔디밭의 언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 언덕의 정상에는 갯골 생태공원의 랜드마크인 흔들 전망대가 당당한 자태로 우뚝 서 있다. 원통형의 목탑의 모양을 한 흔들 전망대는 22미터의 높이의 6층 구조로 되어있으면서 명칭이 ‘흔들’인 만큼 고도가 높아질수록 탑이 바람에 흔들리는 느낌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된다. 당장 탑이 무너질 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지지만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것 또한 하나의 재미난 요소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조심스럽게 회전 모양의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갯골의 광활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런 장소를 진작에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고, 한편으론 이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전국의 명소들을 찾아다니며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탁 트인 평원이라 그런지 유난히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이 부는 만큼 탑이 흔들리는 진동이 땅 밑에서부터 느껴진다.

오는 길에 일명 벚꽃터널이라 불리는 길을 지나간다. 비록 철은 지나 나무는 앙상하지만 봄에 다시 한번 찾아 내가 미쳐 보지 못한 새로운 정경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다. 갯골생태공원을 통해 시흥의 새로운 면모를 또한 새롭게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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