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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16. 2021

경기 유랑 시흥 편 2-4 (연꽃테마파크-관곡지)

생태도시를 꿈꾸는 시흥

시흥에는 갯골생태공원 말고도 여름에서 늦가을까지 2만 6천여 평의 거대한 연꽃밭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인 연꽃테마파크가 유명하다. 갯골 생태공원에서 차 머리를 동편으로 이동하다 보면 테마파크의 초입에 들어오기 전에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 전쟁을 치르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갔던 시기가 초가을이라 연꽃이 한 풀 꺾였을 텐데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겨우 빈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앞을 바라보니 눈앞의 거대한 연꽃밭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단순히 거대한 느낌보단 분명 여기가 호수일 텐데 호수 사이사이를 틈을 주지 않고 전체를 연꽃으로 메꾸어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놀라움을 넘어 두 팔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여기는 단순히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조성했기보단 필히 뭔가 만들어진 연유가 있을 것이다. 놀라움이 넋이 나가 한동안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보다가 왼편 언덕 넘어 한옥이 보이고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 올라가면 왠지 연꽃밭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차도를 건너 언덕 위의 정자로 한걸음 나아가니 이 주변의 연못이 관곡지라는 사실과 우리나라 최초로 연꽃 재배를 시작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조선 초의 문신 강희맹 선생이 중국 난징의 전 당지에서 연꽃씨를 채취하여 이곳에서 시험재배를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장소이다. 나는 이전까지 불교에서 연꽃이란 존재가 다른 꽃들보다도 상징적이기 때문에 불교의 전래와 동시에 같이 전래된 줄 알았는데 무척 의외였다.

관곡지 앞에 있는 한옥 고택은 강희맹의 사위인 권만행에 의해 전해진 이래 지금은 안동권 씨 종가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이 일대가 사유지지만 권 씨 종가와 시흥시가 힘을 합쳐 이 일대를 가꾸어나갔다고 하니 이것이야 말로 민관합동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종갓집의 통이 크신 결정 덕분에 우리는 정자에 올라가 연꽃밭의 한없이 넓은 광활한 정경을 마음껏 감상한다.

이제 연꽃밭 아래로 내려가 사진도 찍어보고 봄부터 늦가을까지 피는 수련과 다양한 종류의 연꽃들을 한없이 감상해 본다. 비록 시기가 조금 늦어 꽃봉오리가 다소 시들한 감은 있지만 홍련, 백련, 기간티아, 메그노라이로자 등 다양한 색상의 연꽃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경험은 여기 시흥의 연꽃테마파크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연꽃은 비교적 더러운 물가에서도 잘 자라고, 특히 씨앗의 생명력이 대단해 1000년 묵은 씨앗들도 발아하기도 하는 그런 꽃이다. 나도 연꽃처럼 힘든 세상 속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며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흥에 와서 다양한 테마의 생태공원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아직도 시흥의 매력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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