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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29.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3-2 (그랑꼬또 와이너리)

황금빛 보물섬 대부도

대부도를 알리는 입간판을 만나게 되고, 길가를 따라 쭉 늘어서 있는 바지락 칼국수가 나를 유혹하지만 우리는 우선 가봐야 할 장소가 있다. 비록 대부도가 섬이라서 어업의 비중만 높을 것 같지만 다른 섬보다 평지의 비중이 높고 간척지로 만들어진 땅이 비옥해 농사도 잘된다고 한다. 특히 대부도를 대표하는 명물은 바로 포도이다. 대부도의 언덕 전역을 뒤덮고 있는 포도밭은 바닷가의 뜨거운 열기와 습도, 낮과 밤의 심한 기온차,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 등 포도를 재배하기에 훌륭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대부도의 훌륭한 포도를 가지고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있어 방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알기론 한국 대부분의 포도 품종은 캠밸 얼리를 쓰고 있는데, 알갱이가 커서 식용으로 먹기에는 적합하지만 당도와 산도가 양조를 하기에는 부족해 와인을 만들기엔 부적합한 품종으로 알고 있다. 영동, 영천 등 국내에서 포도로 유명한 동네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고, 맛을 종종 보긴 했지만 맛이 썩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대부도에 위치한 그랑꼬또는 과연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와이너리 입구에 다다랐다.


농로를 따라 조금 들어가야 해서 길은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세련되고 우아한 입구의 외관을 보자마자 와인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올라갔다. 농림축산 식품부에서 우리 술을 알리고, 지방 양조장들을 단순히 생산만 하는 공장이 아닌 관광지 또는 문화시설로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자 최근 찾아가는 양조장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부도에 위치한 그랑꼬또도 찾아가는 양조장에 속해있고, 방문객들을 위해서 와인 테이스팅은 물론 와인 족욕, 와인병 드로잉 아트 등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그랑꼬또의 이름은 회사 이름이 아니고, 정식 명칭은 그린 영농조합이다. 하지만 이름이 주는 어감으로 인해 우리의 발걸음이 이곳까지 미치게 되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와인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쪽은 와인을 판매하는 장소 겸 테이스팅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고, 반대편은 그랑꼬또 외 다양한 국내 와인이 진열되어 있고, 족욕을 따로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우선 와인 판매장에 가서 그랑꼬또가 판매하는 다양한 와인들을 눈에 담아본다. 대표적으로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눈에 띄었는데, 밑에 어울리는 음식을 적어놓고, 와인의 맛을 쉽게 설명한 표가 있었다. 레드와인은 삽 결살, 보쌈, 김치전 등 한국요리와 어울린다고 하고,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과 먹으면 좋다고 써진 표를 보고 나의 머릿속에 지름신의 유혹이 뻗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로제, 아이스와인 등 디저트, 양식 등 다양한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종류도 있다.


하지만 이 와이너리의 명성을 여기까지 오게 한 데는 이 와인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청수 와인이라고 하는 것인데, 다른 와인보다 배로 비싸지만 이 와인을 맛봐야 그랑꼬또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청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포도 품종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과실의 아로마가 뛰어난 화이트 와인이다. 그랑꼬또는 이 와인으로 인해 아시아 와인 트로피, 한국 와인 페스티벌, 우리 술 품평회 등 쟁쟁한 대회에서 상을 받고 한국 와인이 단순히 과실주의 개념을 넘어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나는 와인을 모두 지르고 말았다. 지금 운전 중이라 마시지는 못하지만 숙소로 돌아가 대부도의 포도향과 함께 취해 볼 생각이다. 와이너리의 문을 열고 나오니 언덕 아래의 포도밭에서 향긋한 포도향이 나의 콧속을 살금살금 건드린다. 대부도에서 예상치 못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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