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민 Jan 30.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3-3 (방아머리 해수욕장)

황금빛 보물섬 대부도

포도밭을 나와 다음 목적지로 가던 도중 가는 길마다 눈에 띄는 칼국수 집의 간판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물론 바지락과 해산물 조합의 칼국수는 어느 집에 가던지 기본 이상의 맛을 보장하겠지만 이왕이면 조금 특이하거나 맛있는 집을 찾으려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든 집이 비슷해 보였지만 <북동 할머니 손칼국수>라는 집은 바지락이 들어간 닭 칼국수집이라 더욱 깊은 맛을 낼 것만 같았다.

가게는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종업원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했다. 나 혼자 방문했지만 전혀 무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메뉴를 보자마자 자신 있게 바지락 닭칼국수를 주문하고 가게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먼저 깍두기와 김치 등 밑반찬이 먼저 나왔는데 깍두기가 통으로 썰어지지 않은 채 나와 식감을 살린 게 인상적이었다. 곧이어 칼국수가 나왔다. 나는 칼국수처럼 면이 굵은 게 맘에 든다. 반죽의 흔적을 입안으로 진하게 느낄 수 있으며 씹는 즐거움이 있어 제대로 먹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간이 세질 않았다(심지어 다진 양념 조차도) 하지만 그만큼 닭 육수의 진한 맛이 입안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분명 시킨 건 바지락 닭칼국수인데 해물육수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껍질이 발라진 바지락들만 닭칼국수 위에 고명으로 얹어진 모습이었다. 그래도 깍두기, 김치와 먹는 칼국수의 조합은 언제나 훌륭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종업원이 가평 잣으로 만든 엿을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이왕이면 대부도의 특산품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대부도에서 유명한 방아머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독특한 장소가 있다길래, 한번 방문해 보기로 했다. <불란서 찐빵>이라고 하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괴기한 조합의 가게다. 게다가 분명 가게명은 찐빵이 붙었는데 정작 유명한 것은 만두라고 한다. 후에 안 사실인데 유명 가수 클락비의 멤버 김상혁이 프랑스를 다녀오고 나서 세운 가게라고 한다. 보통 연예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가게 곳곳에 연예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런 걸 전혀 볼 수 없었다.

가게는 실내 포장마차 느낌으로 단출하지만 레트로적인 소품들이 가게 곳곳에 배치돼 기다리는 동안 재밌게 둘러볼 수 있었다. 주문은 가볍게 모둠 만두로 했다. 현대미술의 미디어아트 같은 인테리어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모둠 만두가 나왔다. 나는 만두를 포장해서 바닷가에 앉아서 먹기로 했다. 만두는 피가 두껍지도 그렇다고 너무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였고, 특히 새우만두와 김치만두의 맛이 괜찮았다. 대부도에 이런 특색 있는 가게들이 모일수록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날 것이다. 이제부터 자연이 선물한 대부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러 떠나보자.

작가의 이전글 경기 유랑 안산 편 3-2 (그랑꼬또 와이너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