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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Jan 31.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3-4(구봉도 낙조전망대)

황금빛 보물섬 대부도

대부도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은 어디일까? 대부도는 섬의 형태가 팔방으로 발을 벌린 큰 낙지처럼 생겼다고 해서 ‘낙지섬’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해진다. 낙지의 발에 해당하는 바다로 돌출된 지형과 그 사이사이에 육지로 들어간 지형에는 서로 다른 퇴적물이 혼재되어 분포한다. 그런 연유로 대부도에는 특이한 자연경관도 많을뿐더러 경지지역에서 가장 염전이 잘 보존되어 있는 동주염전도 남아있다.

이제 해도 질 시간이 되었으니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구봉도 낙조전망대로 이동해본다. 대부도는 지형이 복잡한 만큼 다양한 자연을 즐길 수 있는데 이런 이점을 활용해 대부해솔길이라는 걷는 코스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총 7개 코스 74킬로미터를 자랑하는 코스인데 해안선을 따라 대부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으며 자연 그대로 형성된 오솔길과 해안 길을 따라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코스별로 소나무숲길, 염전길, 석양길, 바닷길, 갯벌길, 갈대길, 포도밭길 등 다양한 풍경을 걸어서 즐길 수 있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시간상의 어려움으로 코스를 전부 즐기긴 어려울 것 같고 대부해솔길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1코스의 일부분을 걸어서라도 그 기운을 느껴보고자 한다. 1코스는 방아머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서 너른 서해안 갯벌을 병풍처럼 둘러싼 해송 숲을 지나 구봉도의 낙조전망대에 이르는 코스다.

늘 여행을 함에 있어서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진 않지만 여기서 난 큰 실수를 했다. 구봉도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구봉도 낙조전망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산길을 걸어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는 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입구에서부터 뒤가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산길에 나는 절망했다. 등산화를 신지 않고, 운동화에 물한병 휴대하지 않은 편한 복장이라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멀리 해안선을 따라 송도의 마천루가 웅장한 자태로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대낮에 빌딩 숲을 보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자태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길가를 따라 사뿐사뿐 걸어본다. 항상 아스팔트 길만 밟아보다가 푹신푹신한 흙길을 꾹꾹 누르며 다니다 보니 발이 편하고, 무릎에 부담도 덜하다.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코스를 다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산길을 30분 정도 지나오면 너른 터가 나오는데 근처에 구봉 약수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산길이 조금 험해지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어 다소 지친다. 대부도를 통해 중국인의 밀항도 심상치 않은 듯 경고문과 군인이 근무했던 초소도 눈에 띈다. 숨도 더욱 가빠지고 지쳐서 맥이 빠질 무렵에 갑자기 발 밑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탁 트힌 경관이 내려다 보인다. 대부도에서 구봉도를 잇는 다리가 있는 지점인 개미허리라고 하는 지역이다.

시야 왼편에는 멀리 서해대교가 길쭉하게 경기도와 충청도를 연결하고 있고 서해안의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으니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모두 잊힌다. 다리를 천천히 걸으며 앞으로 지나갈 구봉도의 자태를 감상한다. 구봉도는 무인도며 대부도의 끝 부분에 자리하고 있지만 낙조전망대는 구봉도에 도착해서도 20분을 산길을 타야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언덕을 지나 구봉도 밑으로 내려오면 더 이상 갈 수 있는 땅은 이제 없다. 드디어 구봉도 낙조 전망대에 도착한 것이다. 확실히 육지의 끝 부분이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유난히 세지만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이제 대부도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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