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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01.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4-1(대부 구 면사무소)

대부도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대부도의 둘째 날이 밝았다. 방아머리 해수욕장 인근에 숙소를 잡은 나는 아침 대신 간만의 여유를 즐기러 바닷가 백사장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국내에서 해무가 가장 심하게 낀다는 서해안답게 가시거리가 2미터도 채 안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지독한 고독감이 느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그 속에서 많은 인간관계가 생겨났다가 없어짐을 반복한다. 인간은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간다. 이번 긴 여정을 혼자 잘 해쳐갈 수 있을까의 고민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주위가 하나도 보이질 않으니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하여 조금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필코 이번 경기 유랑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내자는 다짐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해무는 걷히고 끝이 없는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자 빨리 다음 여정을 시작해보자. 그동안 대부도의 자연을 위주로 여행을 떠났었다면 이번엔 대부도의 역사를 천천히 흟어보는 여정을 함께 떠나보기로 한다.


대부도는 선사시대부터 거주했던 흔적과 각종 유물들이 남아있어 풍부한 해산물과 농사를 짓기 좋은 지리적 환경의 덕분 아닌가 추측한다고 한다. 특히 신라시대에는 중국의 당과 교역하는 중요한 루트였으며 대부도 근교에서는 침몰한 당 무역선이 종종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도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 우리 역사의 굵직한 흔적들을 많이 남겼다. 대부도가 자랑하는 동주염전이 그 시기에 생겨났고, 일제시대의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선감학원이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남았다.


어느덧 오늘의 첫 행선지인 대부도 구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현재는 에코뮤지엄으로 개조되어 다양한 체험활동과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대부도의 근대 유적들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에코뮤지엄이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야외박물관으로 기존의 박물관 개념이 아닌 자연과 인간, 사회를 관점으로 보았을 때 총체적으로 접근하여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조성을 하여 자연 및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해 둔 곳이라고 한다.


1934년부터 지어진 구 대부면 사무소는 원래는 2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1개의 건물만 남아있다. 건물의 양식이 독특한 게 돌출된 전면의 현관 양식이 일본식을 차용하고 있고, 한옥의 형태와 결합되어 적산가옥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내부는 박물관의 역할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문화, 강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앞에는 3.1 운동 기념비가 주위의 이목을 등진 채 남몰래 서있었다. 대부도 면사무소 앞은 대부도에서 제일 번화했던 장소였을 것이다. 이곳 외진 섬까지 독립의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대부도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다음 장소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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