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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03.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4-3(탄도항)

대부도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대부도의 여행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기껏해야 바닷가만 있을 줄 알았는데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녹아들어 간 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누에섬이 있는 탄도항으로 내려가다 보면 삼림욕을 즐기면서 바다전망을 볼 수 있는 바다향기수목원과 유리섬 등 수많은 볼거리가 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닐 땐 조금씩 여운을 남겨야 다음에 또 올 수 있다,

어느덧 대부도의 최남단 탄도항에 도착했다. 화성의 전곡항이 지근거리에 있어 여기서 한 발만 걸어간다면 다시 육지로 돌아간다. 여행이 끝나간다고 해서 아쉬워할 건 없다. 바로 옆에 대부도와 역사, 문화, 자연 생태계를 동시에 아우르는 안산 어촌민속박물관이 있다. 원래 박물관을 먼저 가서 대부도의 전반적인 모습을 엿봐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코스를 짜다 보니 다소 뒤로 밀린 게 아쉽다.

박물관은 2층 규모의 3개 전시실이 갖춰져 있다. 대부도가 점차 간척되고 어민들의 숫자가 날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점차 사라져 가는 삶과 문화를 보존하고자 박물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1 전시실로 들어가면 먼저 대부도의 전반적인 자연생태계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사진이나 표본 등 흥미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특히 대부도는 복잡한 해안선 덕분에 다양한 특징을 가진 갯벌들이 많은데 갯벌이 단순한 진흙이 아니라 그 속에서 또 다른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걸 엿보았다.

2 전시실로 가면 본격적인 대부도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데, 마을마다 갯 바탕이 달라 그 갯 바탕에 따른 어민들의 다양한 어업문화에 대한 전시가 주류를 이룬다. 대부도의 갯 바탕은 모래갯벌과 펄갯벌, 혼성 갯벌에 따라 서식하는 주요 생물이 다르고 생물에 따라 채집 도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종태기, 부게, 조새 등 이름도 낯선 신기한 도구들을 눈에 익히며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유추해본다. 다음 3 전시실은 대부도 옛사람들의 기록과 섬마을 사람들이란 주제로 꾸며져 있다.

대부도는 신석기시대 패총 및 주거지가 확인되었고 역사시대에는 중국과 교역하는 해상교통의 요지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대부도의 부속섬 풍도에서는 청일전쟁의 시발점인 풍도 해전이 발생했던 장소다. 그런 역사와 더불어 대부도 주민들의 생활상을 마네킹과 집모형 등으로 충실하게 재현해 놓았다. 대부도는 반농반어의 풍요로운 땅이었기에 섬이지만 주민들은 농사를 주생 업으로 생활하여 바지락이나 굴 등을 채취하여 부업으로 소득을 올리는 풍요로운 섬이었다고 한다. 대부도 어민들의 창고를 재현해놓았는데 농업 도구와 어업도구가 가지런히 함께 놓여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느덧 해는 어둑해지고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탄도항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 본다. 이른바 대부도의 대표적인 풍경이라 할 수 있는 누에섬과 흡사 거대한 바람개비와 같은 풍력발전소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데, 하루에 2번 바닷물이 빠지고 넓은 갯벌이 드러나면 풍도항에서 누에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안 맞아 멀리서 바다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도 천천히 갈대밭, 갯벌 등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 해서 이 시간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대부도의 포도밭, 아픈 역사, 소금 염전, 석양들....... 풍경을 가슴에 새기며 그랑꼬또의 와인 한잔과 함께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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