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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16. 2021

경기 유랑 양주 편 3-1 (불곡산)

양주와 별산대 놀이

회암사지의 아랫동네에 자리 잡은 옥정신도시를 지나 양주시청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원래 행정구역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 현재의 양주시는 위로 동두천이 아래로는 의정부라는 도시가 있어 현재의 중심부는 조금 애매하다. 심지어 양주시청이 자리 잡은 동네도 주위가 황량하기 그지없는데, 조선시대 양주의 모습은 어떨까? 물현듯 궁금증이 확 치밀어 올라온다.


비록 대한민국은 수십 년 동안 천지개벽이 일어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옛 자취를 짐작하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산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도시에는 명산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고, 그 산들을 진산(鎭山)으로 지칭해 해마다 제사도 지내고 숭배와 기원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우리 민족의 산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서울의 북한산(또는 북악산)과 부산의 금정산이 있는 것처럼 양주에는 불곡산이 있다.


불곡산은 해발 404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양주의 진 산답게 바위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암릉이 많아 수도권 등산객들 사이에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 중턱에는 신라시대의 명승 도선국사가 창건했던 백화암이 있고, 최근에 조성된 마애 불산이 꽤 명물로 알려져 있다. 불곡산의 주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자락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이름이 익숙한 임꺽정봉이 위치해있다. 조선 전기 팔도를 들썩이게 했던 도적이자 의적이라고도 불린 임꺽정은 백정으로 받았던 서러움과 명종 시기 윤원형의 혼란스러웠던 정치 속에서 일어난 시대의 산물이다.


임꺽정은 우리가 숱한 매체에서 봤던 것처럼 부패한 관리들의 재물을 약탈해서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 활동은 실제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수탈과 고초에 지친 백성들에게 임꺽정의 신촐귀몰한 활약은 쾌감을 주었고,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화자 되고 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은 소설 임꺽정을 써서 그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작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불곡산 밑에는 임꺽정이 숨어 지냈다는 동굴이 전해지고 있고, 그가 살았다는 집터에는 비석이 남아 예전 자취를 말해주고 있다.


불곡산 자락에는 조선 중종이래 417년 동안 양주를 관할했던 양주목 관아가 새롭게 복원되어 양주의 오랜 역사를 증언해주고, 바로 옆에는 양주의 명물 양주별산대놀이를 매년 5월 정기공연이 열리는 양주별산대놀이마당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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