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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Feb 17. 2021

경기 유랑 안산 편 3-2(양주 목관아)

양주와 별산대 놀이

앞이 다소 휑했던 양주시청을 지나 머지않은 곳에 깔끔하게 복원된 양주 목관아가 위치해있다. 주위는 불곡산을 산행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관광지에 온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분명 관아지라고 하면 행정의 중심지였으니까 적어도 인구가 밀집한 마을 중심부에 자리하지 않겠는가? 양주 목관아지는 시대상을 고려해 보더라도 주변 지형의 폭이 상당히 좁고 주위가 산으로 둘러막혀 도저히 큰 마을이 들어서기 힘든 지형이라 느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이 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문화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 잘 보전되어 남아있다면 역사적 상상력의 빈곤을 좀 더 채워줄 수 있고, 서로 시너지 효과가 되어 더욱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겨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기며 땟국물을 벗긴 듯한 2층 누각의 외삼문을 통과하여 목관아 경내로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관아들은 일제시대를 거치며 파괴되었고, 그 자리에는 학교가 들어서면서 근년에 이르기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10여 년 전부터 민족의 뿌리를 다시 세우고 역사 바로잡기 운동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파괴되었거나 원형을 잃어버린 문화재를 지방자치단체들마다 활발하게 복원하고 있다. 객사나 동헌 아님 근대문화재들을 복원하는 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 도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들며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복원이 문제다.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하게 복원된 동헌과 관아를 볼 때마다 굳이 여기를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게다가 복원한 후 사후활용에 대한 활용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예전에는 무조건적인 보존이 우선적인 과제였다면 이젠 우리 곁에 늘 가까이 있는 친숙한 문화공간으로서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바다. 외삼문을 지나면 동헌으로 들어가는 내삼문과 좌우 행각이 보이고 중앙에는 동헌과 넓은 마당이 넓게 펼쳐진다. 다른 건물들이 한눈에 새로 지은 듯 반질반질하지만 매학당이라 불리기도 하는 동헌은 1997년에 미리 복원을 해서 그런지 오래된 느낌이 제법 들기 시작한다.

동헌 앞마당에는 흔하디 흔한 형틀 체험과 곤장들이 놓여있다. 나는 사실 이런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에게 동헌을 관장하던 일명 사또의 이미지는 곤장을 비롯한 형벌을 주거나 벌을 내리는 형벌관의 이미지만 가득하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21세기 민주사회에서 관의 역할을 엄벌을 내리는 걸로만 한정시킨다면 오히려 동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는다고 본다. 분명 다른 방법이 많을 것이다. 아직은 좀 어수선한 양주 목관아지를 나와 양주별산대의 놀이마당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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