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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May 13. 2021

운민이 만난 사람들 인물 별곡 2편

백 년 전통의 양조장을 넘어 새로운 혁신을 꿈꾸다. 금풍양조장 양태석대표

며칠 동안 미세먼지로 인해 날이 무척 좋지 않아 아쉬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예정되었던 일요일에는 날씨가 거짓말처럼 맑게 개었고, 좀 더 좋은 기분으로 강화도로 취재를 하러 갔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섬들 중에 강화도는 단연코 가장 역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근대사의 치열했던 전투현장이 남아있는 관방유적이 강화도의 해안가를 따라 늘어서 있고, 신비로운 한국 고대사가 담겨있는 마니산, 천년고찰인 전등사와 보문사 강화읍으로 가면 고려궁지를 비롯해 한옥성당과 용흥궁 등 일일이 언급할 장소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강화도 남부 길상면의 온수리 까지는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다. 예로부터 온수리는 강화읍 다음으로 번화한 도회지였고, 물이 훌륭하기로 소문난(나) 피부병이 심한 환자들이 일부러 여길 찾았다고 전해진다. 물이 좋으면 자연스레 맛있는 술을 빚을 수 있다. 온수리에는 1931년부터 술을 생산했던 양조장이 옛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고, 잠시 명맥이 끊어졌던 양조장에서 대를 이은 아들이 전통적인 양조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양조장 내부에는 옛날의 흔적이 가득하다. 아직도 백 년이 넘은 우물이 보존되어 있고, 2층에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지붕의 골조가 훤하게 들어다 보인다. 양태석 금풍 양조장 대표는 이런 공간을 막걸리 테이스트 공간으로 활용을 하는 등 많은 애정을 쏟는 듯했다.


마케팅 전문가 아들이 양조장으로 돌아온 이유


             




▲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계신 양태석 대표(오른쪽)와 2대 대표인 양재형씨(왼쪽)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은 곧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 얼마전 양태석 대표가 새롭게 금풍양조장을 맡으면서 전통과 트랜디함이 공존하는 양조장을 새롭게 만드려고 한다.





-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금풍 양조장 대표 양태석이라 합니다. 예전부터 지역에 있는 농산물 특히 쌀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양조장 일을 하기 전부터 원래 식품공학을 전공했었고요. 언젠가 양조장을 운영할지도 모른다는 믿음 같은 게 있었죠.(웃음) 양조장 일을 하기 전에는 홍보 및 마케팅 관련 분야에서 15년정도 일을 했습니다. 약 10년전쯤 아버님이 양조장을 운영 하시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양조장을 다른분들께 임대를 맡기다보니 양조장이 점점 노후되고 옛모습을 잃어가고 있더라구요. 그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마침 아버님이 작년에 팔순이셨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만큼 가족과 함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시 양조장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현재는 90주년 기념으로 재설립한 ”금풍양조” 신제품 런칭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입니다.” 


- 1931년부터 지금까지 건물이 부서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한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경외감까지 들게 하는데요. 어릴 때 양조장에서의 추억 같은 건 없으셨나요?


“ 어릴 때 양조장 바로 옆에 있는 길상초등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러다 보니 항상 등하교길에 저희 양조장을 거쳐가게 되었어요. 지나갈 때마다 양조장에 계신 할아버지가 용돈도 주시고 그래서 좋았던 거 같아요. 양조장 내부에서 술래잡기를 했던 추억도 생각나고, 안에 있던 우물이 무서웠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사실 양조장집 아들이지만 술냄새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발효될 때마다 특유의 시큼한 냄새와 후끈한 열기 그런 게 썩 좋아하진 않거든요. 하지만 양조장에 오래 있었다 보니 자연스레 술맛도 종종 보고 해서 맛보는 건 좋아했습니다. 이 인연이 지금까지 오고 있었네요.”


- 어떤 계기로 양조장 사업을 이어받게 되었나요? 남다른 결심이 필요하진 않으셨을까요?


“ 전국에 100년된 양조장이 손꼽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금풍양조장은 인천경기지방에서는 이름이 난 양조장이었으며, 지금까지 옛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몇 안되는 100년 양조장입니다. 그런데 여러 환경적인 이유로 그간 방치되고, 공간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도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그 공간을 활용도 해보고, 부모님께 옛 추억과 함께 양조장의 옛 명성을 되찾고 앞으로 100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


- 제가 알기론 이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기에 건물의 골조를 살리면서 리모델링하기 만만치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물의 활용방안을 알고 싶습니다.


“ 저희 양조장은 지역의 특산물을 써야 하는 지역특산주 면허를 강화에서 최초로 취득했고요. 1차 산업인 농업을 2차 가공산업 및 3차 서비스업과 융합하는 6차 산업을 인증받으려고 해요. 또한 이 공간을 막걸리 판매뿐 아니라 온수리의 다른 관광명소와 연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2층 자리에 시음공간도 꾸며보고, 사람들이 술도 마시고, 사진도 찍는 그런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 양조장 2층에 놓아져 있는 항아리들 양조장 2층에는 술을 양조하면서 쓰였던 것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미고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비슷한 예로 동국대 근처에 태극당이란 빵집이 있는데 이어받은 대표가 건물의 추억과 주력 제품은 살리고, 젊은 사람들을 공략할 만한 감성을 많이 살리더라고요. 혹시 그런 마케팅 계획은 따로 있으신지요.


“ 저는 무엇보다 보이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런 계기가 되었던 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종종 참여를 하거든요. 고급 사케와 보급용 청주를 놓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급용 청주를 선호하는 맛으로 선택을 하였습니다. 결국 술은 맛이 아닌 스토리, 감성,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생각이 들었으며, 이에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리고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런칭하는 금풍양조 막걸리는 검은색에 골드가 포인트인 막걸리 병의 라벨도 트렌디하게 만들어봤고요. 막걸리 만든 쌀 포대를 버리지 않고 업사이클링하여 막걸리 파우치, 보냉백도 상품개발 중에 있습니다. 저희 양조장이 일명 三無 콘셉트를 가지고 있거든요. 첫 번째는 무농약 친환경 강화쌀을 사용하고 있고, 두 번째로는 무감미료 프리미엄을 추구하며, 마지막으로 zero waste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있습니다. ” 



업사이클링, 파우치 막걸리, 콜라보... 새로운 '도전'


             




▲ 막걸리를 만드는 쌀 포대를 이용한 업싸이클링 제품들 금풍양조장에서는 친환경적인 문화를 조성하고자 막걸리를 만드는 쌀 포대를 이용해 업싸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 예전 양조장의 막걸리 맛과 비슷하게 재현을 하셨나요? 혹은 새로운 맛을 만들거나 다른 것들을 추구하는 게 있으신지?


“ 사실 정확한 예전 맛은 기억하지 못해요. 하지만 맛은 기호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짠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맛을 싫어할 수도 있고 입맛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뭐가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저희 막걸리가 맛있다고 강요하진 않지만 좋은 원료와 물을 쓰는 것은 확실합니다. 요즘 트랜드와 다르게 저희는 탄산을 최대한 줄이 완전발효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 밖에도 들고 다니면서 마시기 편한 방식, 휴대성이 간편한 파우치 막걸리도 개발하였고 출시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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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이 넘은 금풍양조장의 우물 현재는 사용하지 않지만 양조장의 내부에는 100년이 넘은 우물이 현재도 보존이 되어있다. 물이 좋아서 온수리라고 했었던 동네인 만큼 금풍양조장의 명성은 예로부터 대단했다.




- 이쪽 온수리 일대와 근방에 관광지가 많고 강화읍 못지않게 도보투어로 상당한 잠재력이 있어 보이거든요. 전등사나 다른 관광지 혹은 양조장과 연계해서 하는 프로그램이나 생각하시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음 여러 가지 안 그래도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 맥주의 사장님과 만나서 대화를 하기도 했고요. 전등사 쪽과 여러 가지 계획을 잡고 있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미엄 막걸리인 금학 탁주를 와인병으로 만들어서 출시할 계획이 있어요. 여기 라벨을 보시면 30년대 실제로 썼었던 디자인을 모티브로 제작했습니다. 마니산의 곰과 호랑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집어넣었고요. 저희 막걸리를 근처 골프장과 캠핑장에도 공급할 계획이고요. 건넛편에 있는 잔잔한 식탁에서는 막걸리를 잔으로 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일대를 일명 막거리로 만들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 직접 디자인한 금풍양조장의 감각적인 라벨링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조장이지만 라벨링을 고급스럽게 디자인 하여 제품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라던가 관공서와의 협조가 잘 안돼서 아쉬운 점 같은 건 없을까요?


" 우선 인력 부분이라던가 이 지역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아쉬운 점이 많죠. 특히 강화도는 노령인구가 많고 인구 소멸지역이라 현재는 인력이 부족해서 사실상 혼자 양조장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양조장이 막 걸음마를 뗀 상태이나 강화군청 및 인천시청에서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고 계시며, 앞으로 양조장이 자리를 잡게 되면 더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조금 늦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런 만큼 좀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 사람들한테 어떤 장소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 금풍 양조장으로 인해서 온수리 나아가 강화도라는 지역에 대해 주목을 해주셨으면 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이 주변을 좀 더 활성화시켜주었으면 해요. 아직 먼 이야기 지만 이 라벨링의 한문은 저희 어머님이 써 주셨습니다. 그시대 여느 어머니들도 마찬가시겠지만 저희 어머님 역시 누구누구 엄마라고 불러졌지, ”유선옥” 당신의 이름이 많이 불리지는 않았거든요. 앞으로 좋은 일을 부모님의 이름으로 해보려고 하는데 어머니의 성을 먼저 따서 유양 제단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회공헌과 함께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표님과 양조장의 시설을 둘러보며 양조장이 담고 있는 풍부한 역사를 대표님의 설명을 통해 충분히 듣고 나니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었다. 막걸리의 맛도 깔끔하게 술술 넘어가서 좋았지만 그 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니 강화를 대표하는 술로 충분하다 생각되었다. 전등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금풍 양조장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양조장의 술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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