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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04. 2020

경기 유랑 파주 편 4-2 (벽초지 수목원)

파주의 정체성과 미래

주르륵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해가 구름 속에서 말끔한 얼굴을 드러낼 때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나는 파주의 또 다른 명소로 이동했다. ‘벽초지 수목원’ 명칭에서 드는 생각은 수목원이야 산으로 가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벽초지라는 명칭은 왠지 논, 밭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라 딱히 특별함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잘 가꾸어진 정원의 모양새가 호기심을 일으켜 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잘 가꾸어진 꽃들과 관목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유럽에 정원에 온 것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 앞으로 얼마나 멋진 공간이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지만 함께 들어온 모 방송국 촬영팀에 의해 조금 거북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그들은 수목원 이곳저곳을 전세 낸 것처럼 돌아다녔고, 나의 원활한 관람을 방해하면서 장시간 동안 출입을 통제하는 등 여러 가지로 나를 비롯한 많은 관람객들의 불편함을 야기시켰다.

물론 그들의 노고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소수의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업계의 환경이 무척 열악함을 간접적으로 보고 많이 느낀다. 그래도 눈을 조금 크게 보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전부 시청자들이고 방송을 소비하는 주체이다. 예전만큼 방송의 플랫폼이 지상파 위주로 더 이상 돌아가지 않고, 유튜브, 아프리카, 트위치 등 정말 다양한 채널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 방식만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도 시청자들을 조금 배려해줬음 하는 바람이다.

각설하고 촬영팀을 피해서 벽초지의 수목원의 2대 하이라이트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유럽풍 정원의 신화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마치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에 온 것 같은 공간인데, 입구의 웅장한 황금빛의 말리성의 문에서부터 그런 기대감은 커져만 갔었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곳곳에 서있는 대리석의 그리스 신상들과 곳곳에 있는 분수들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어우러져 순간 여기가 유럽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였다.


유럽에 갔다 오신 분들은 테일을 살펴보면 조금 부족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요즘같이 외국에 나가기 힘든 여건에선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수많은 연인들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여러 포토 스폿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본다.

이번에 가 볼 장소는 여기 수목원이 시작된 장소인 벽초지 호수를 따라 산책길이 이어지고 동양풍의 정자와 물레방앗간이 있는 감동의 공간이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걸음 한 번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화의 공간보다 여기가 훨씬 나았다. 길가에는 버들나무가 흩날리고 있고, 호수에는 수련이 아름답게 자라 마치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의 동양판이 이렇구나 느낄 정도였다. 걷는 걸음마다 또 풍경은 다양한 경관을 연출해서 눈을 감을 새가 없었고, 카메라의 셔터는 멈출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벽초지를 지나면 사색의 공간이 나타나며 이 정원에 여운을 한번 더 남겨주는데, 깊은 나무속에 비친 한줄기 햇살이 무척 신비감을 주면서 바쁘게 미래 없이 달려왔던 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는 것 만 같았다. 벽초지 호수 만으로도 이 수목원은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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