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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05. 2020

경기 유랑 파주 편 4-3(파주 프로방스)

파주의 정체성과 미래

파주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들이 근교 여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비교적 근거리에 위치해 있고, 기분전환을 위한 데이트 코스로 선호되는데, 그 선구자 역할을 했던 장소가 파주 프로방스다. 파주 프로방스는 1997년 프렌치 레스토랑 ‘프로방스’를 시작으로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온 프랑스풍의 건물로 이루어진 단지인데, 파스타를 전문으로 했던 프로방스 레스토랑이 수도권에서 드라이브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주변에 우후죽순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이 들어와서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전까지 임진각만 관광명소로 알려졌던 파주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생겨났고, 레스토랑 하나로 인해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2017년 프로방스 마을이 설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프로방스 주인이자 레스토랑 사장으로부터 새로운 사업자가 인수했고, 기존 프로방스 레스토랑은 간판을 전통 프로방스 레스토랑으로 바뀌어서 마을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보통 한식집, 특히 족발집 막국수 집에서 볼 수 있는 ‘전통’ ‘원조’ 간판을 양식집에서 보게 되니 우리나라도 양식의 연차가 제법 쌓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외관은 전통, 원조를 표방한 간판에 비해 평범했지만, 내부는 마치 부띠크 호텔에 들어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정말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마치 예전에 양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해야 할까................

어렸을 땐 정말 양식이라곤 기껏해야 경양식 집에서 먹는 수프와 돈가스 그리고 나폴리탄의 아류인 토마토 스파게티가 기억난다. 그러다가 아웃백, tgi로 대표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등장했고, 핏물이 덜 빠진 스테이크를 보며 경악했던 추억도 있고 그런 추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직원들의 응대와 주문도 약간 그때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파스텔톤의 벽지와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의자에 앉으며 식전 빵과 오늘의 수프를 먹어본다. 아웃백에서 나오는 부시 브레드와 다르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깜짝 놀랐다. 수프의 맛도 훌륭했고, 빵에 찍으며 먹으니 눈 깜짝할 사이에 수프와 빵이 사라지고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올라갔다.

파스타는 그에 비해 평범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못지않게 외식이 발달해져서 워낙 훌륭한 양식집이 많이 늘어났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예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훌륭한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식후 주변을 돌아다니며 프랑스 풍의 마을을 감상한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이면 일상에서 탈출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파주 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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