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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06. 2020

경기 유랑 파주 편 4-4 (헤이리 예술 마을)

파주의 정체성과 미래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헤이리 예술 마을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 및 문화지구로, 파주 출판도시와 연계한 책마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면서 문화예술마을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정부나 특정 단체가 아닌 문화계 인사들이 문화와 예술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 작가, 건축가, 공예가 등 380여 명의 예술문화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여 집과 화랑을 세우고, 길과 다리를 놓아 예술 마을을 만들었다. 헤이리라는 명칭은 파주 지방의 전통 노래인 ‘헤이리 노래’에서 따온 것이다.

인사동과 대학로에 이어 3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마을답게 건축물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고, 정말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 잡아 수많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을이라는 명칭 때문에 규모가 만만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보다 규모가 넓기 때문에 걸어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려면 하루를 잡아야  정도다.

개인 주택도 있지만 마을의 60프로가 관람객을 위한 문화시설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번의 방문으로 다 돌아보긴 어렵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콘셉트와 계획을 효율적으로 구상해서 가야 한다. 마을 중앙부에 티켓 판매소가 있는데, 보통 패키지 티켓으로 몇 군데 박물관이나 체험을 묶어 판매를 하니 가격을 조금 할인받아 관심 가는 박물관 몇 군데 위주로 돌아보면 괜찮을 듯싶다.

박물관은 정말 다양한 주제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어서 어떤 박물관을 선택해서 가야 할지가 큰 난제였다. 영화박물관도 있었고, 게임박물관과 커피박물관 그리고 세계인형 박물관까지 3군데 정도를 선택해야 하는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콜라 박물관, 아트 체험 그리고 토이 뮤지엄을 선택해 돌아보기로 했다.

각각 떨어져 있는 만큼 차를 이용해 마을 외곽으로 한 바퀴 돌면서 이동했는데, 단순히 아파트, 연립주택으로 되어있는 양식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건축의 향연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의 특정 주제와 테마를 가진 마을이나 공동체가 늘어났으면 좋겠단 생각을 잠시 가졌다.

아트 체험을 하고는 콜라 박물관을 들어갔는데 평범한 외관과 달리 지하로 내려가서는 우리가 아는 콜라 관련 수집품들이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각 나라 언어로 적혀 있는 코카콜라 병과 도시를 테마로 만들어진 콜라병들 빨간색 콜라뿐만 아니라 녹색, 핑크색 콜라들 특히 주방 전체를 콜라 관련 제품들로만 꾸며놓은 컬렉션은 정말 압권이었다. 옆의 틴토이 뮤지엄에서는 추억에 잠길만한 예전 장난감 컬렉션을 볼 수 있는데, 아톰을 비롯하여 마징가 z 종이인형, 기차까지 우리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퀴즈도 풀고 오래간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즐거운 시간이 된 것 같다.

비록 소소한 개인 박물관이라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내공들은 박물관 주인들의 애정이 하나하나씩 담긴 수집품들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을은 이 밖에도 여러 갤러리 카페 수공업품 매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적하게 마을 곳곳을 산책할 수가 있다. 앞으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파주의 매력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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