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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10. 2020

경기 유랑 연천 편 2-3 (호로고루)

임진강, 한탄강가의 고구려 성곽들

오늘의 고구려 성곽 여행 그 최종 목적지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호로고루’ 임진강의 옛 명칭인 호로하에서 따온 것으로 뭔가 북방의 호방한 느낌이 나의 기대감을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요즘 연천 여행을 검색하면 제일 1순위로 먼저 뜨는 장소가 호로고루이고, 나의 연천 여행의 결심을 확고하게 만든 게 호로고루의 해바라기 밭이니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최근까지 민통선 근처라는 이유만으로 아는 사람만 찾는 장소가 되었었고, 연천의 해바라기 축제로 유명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좁은 농로 사이로 차가 지나다녀야 해서  불편했었다. 길은 좁은 데 점점 찾는 사람은 많아지니 연천군에서 자구책으로 일방통행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고, 비교적 여유로웠던 은대리성, 당포성과 달리 수많은 관광객들이 호로고루 이곳저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주차를 겨우 하고 옆을 돌아보니 호로고루 전시관도 눈에 띄고 얇은 구릉 지위로 이때까지의 성과 전혀 다른 꽤 웅장한 고구려 성 호로고루의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로는 수많은 해바라기가 마치 성에 올라가기 위한 레드카펫처럼 깔려 있어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초가을에는 이런 자태를 느껴볼 수 있고, 5월에는 청보리밭의 펼쳐진 광경을 접할 수 도 있다 하니 호로고루는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유적지다.

많은 사람들이 호로고루 입구의 해바라기 밭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신이 없는 광경이었지만 해바라기가 조금 시들해 보여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저 멀리 호로고루가 든든한 자태로 해바라기 밭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고 있어서 이 장소가 그래도 빛이 난다. 해바라기 밭을 지나 언덕에 오르다 보면 통일 바라기 동산이 나타나는데 바람개비가 평원에 늘어서 있는 모습이 마치 임진각의 통일동산에 온 거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호로고루 동벽을 바라보며 성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성벽은 단단한 돌로 축조되어 있어, 성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고구려 성곽이란 걸 단숨에 알 수 있다. 돌 성과 토성이 번갈아 가며 축성되어 성벽이 더욱 단단해 보인다. 이 성은 고구려가 남진을 하기 위해 내려오는 최단 코스로 남진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하니 더욱 튼튼하게 쌓았을 것이다.

은대리성, 당포성과 마찬가지로 임진강, 한탄강의 수직 절벽 위에 서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평지에서 접근할 수 있는 동벽만 튼튼하게 설치되어있고, 다른 장소는 강 절벽이 천연 요새이기 때문에 굳이 성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로고루는 고구려 기와가 다량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고구려인들이 만든 기와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당시 기와가 왕궁이나 사찰 등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한 건물에만 사용되었던 건축자재였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호로고루는 다른 성들보다 그 위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성 안에서 출토되는 와당, 토기, 다양한 동물 뼈들을 통해 이 유적이 단순한 군사적 기능을 뛰어넘어 당시 고구려인들의 정신적 부분까지도 다스리는 성스런 장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뒤를 돌아 드라마 vip에서 장나라가 올라갔다고 해서 유명해진 일명 천국의 계단을 따라 성벽으로 올라가니 성벽의 높이만큼이나 호쾌한 전망을 볼 수 있었다. 강은 오늘 여러 번 봤었으나 여기에서의 강의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던 같았다.

오늘 고구려 성곽만 3번 돌아서 다소 지루하거나 따분할 수 있었지만 의외로 각 성마다 개성과 특성이 다 달라서 역사공부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은대리 성의 소나무 숲이라던가 당포성의 성벽 위의 나무 호로고루의 장대한 성벽과 평원 굳이 역사를 깊게 알지 못하더라도 자연과 인문의 향기가 어우러지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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