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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26.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2-2(고양향교, 중남미문화원)

고양의 원류(源流)


고양동 주택가를 오르다 보면 오른편에 갑자기 공터가 나타나고 우리나라 옛 건물의 모습과 반대편에는 낯선 이국적인 건물이 서로 마주 보고 있어 당혹스러운 기분과 함께 차에서 내려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원래 명소나 자연경관을 갈 때는 가는 길이나 진입로에서부터 기존과 다른 풍경을 맛보면서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명승고적의 아름다움을 두배로 즐길 수 있는데, 여행의 서곡(序曲)을 건너뛰고 본무대로 진행하는 것 같아 뭔가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2개의 명소 중에 우선 향교부터 가보기로 한다. 향교란 우리나라의 공공교육기관이라고 보면 될 터인데,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주요 도시 중심부에 건립했다. 고양향교는 조선 후기 숙종 때 세워졌다가 한국전쟁으로 파괴되어 이후에 다시 복원했지만 여전히 고풍스러움은 유지하고 있다. 입구에는 홍살문과 말을 내리는 하마비(下馬碑)가 있고, 대성문을 지나 향교의 본격적인 권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향교는 전학 후 묘의 구조로 앞의 공간은 유생들이 학업을 닦는 공간으로, 뒤편은 공자와 성현의 위폐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권역으로 구별되며,  앞쪽은 명륜당에서 공부를 하고, 양옆의 동재, 서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뒤쪽의 대성전에서 공자의 제를 지내게 되는데, 고양향교는 특이하게 뒤편의 제를 지내는 구역에서도 대성전 좌우로 동무, 서무의 건물이 들어서 공자뿐만 아니라 송조 2현으로 뷸리 우는 정자, 주자와 우리나라 18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한때는 대다수의 향교 건물이 문을 잠가놓은 채 먼지와 때만 쌓이고 지붕에는 거미줄이 가득해 조금 보기 을씨년스러웠는데, 요즘은 향교마다 전통예절학교와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해 향교의 풍경이 점점 바뀌는 것 같아 맘이 놓인다. 무릇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어야, 온기로 건물의 따뜻함을 더해주고 생기가 더 해진다. 단순히 보존을 위한 문화재가 아니라 우리 곁에 늘 가까이 다가서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고향 향교에서 전통적 문화의 향기를 느낀 후 마주 보고 있는 이국적인 광경의 실체를 밝히러 그 문으로 들어선다. 중남미를 직접 가지 않고도 이색적인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는 중남미 문화원이다. 중남미 국가들의 화려한 예술, 문화, 전통복식들을 한자리에서 체험해 볼 수 있고, 박물관뿐만 아니라 미술관, 조각공원, 종교전시관, 마야 벽화와 타코를 맛볼 수 있는 카페까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소다. 고양시민에게는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유치원 아이들이 견학을 오기도 하고, 지역주민끼리 산책을 오기도 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벽돌풍의 이국적인 건축을 즐기면서 먼저 정면에 위치한 박물관을 들어가게 되는데 건물의 정중앙에 멕시코에서 온 것처럼 중정이 자리해 문화원을 만든 이복형 원장의 섬세한 손길이 이곳저곳 느껴진다. 고대 마야시대의 유물부터 시작해 토기 유리공예 등 수많은 유물들을 국가별로 살펴보면서 이 많은 유물들을 개인이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특히 압권은 가면을 전시하는 방이었는데, 단순히 귀신의 형상을 본 뜻 것만 아니라 동물이나 곤충의 모양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박물관 건물을 지나 미술관에서는 주로 중남미 국가들의 민속용품과, 현대미술을 엿볼 수 있고, 조각공원에서는 넓은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성당의 모습을 하고 있는 종교전시관에는 중남미 사람들이 얼마나 종교에 헌신적인지 장엄한 미사곡을 들으며 엿볼 수 있다.

이런저런 문화를 눈과 귀로만 보면 조금 아쉬울 수 있는데 이런 아쉬움을 산 언덕의 카페에 가면 타코와 토르티야를 먹으며 멕시코의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 딸린 식당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맛이 의외로 괜찮았고, 카페의 인테리어도 중남미에 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타코를 먹으러 박물관에 와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현재는 해외여행을 가기 쉬운 여건이 아니라 이런 문화공간이 나에겐 무척 소중했다. 전통과 이국적인 문화를 함께 체험하고 나니 무척 배가 부르다. 아직 고양동 탐방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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