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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Oct 27. 2020

경기 유랑 고양 편 2-3(최영 장군묘)

고양의 원류(源流)

드라마 <정도전>에서 하얀 백발을 산발로 휘날리며 각 즉위한 어린 왕을 상대로 “마마께서 고려의 임금이시라고요? 어디 소장에게 명을 내려보세요! 어서요!!!” 추상같이 호령을 내뱉는 신이 브라운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오금을 저릴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배우 서인석 씨가 최영 장군 역을 맡아서 열연을 펼치긴 했지만 우리에게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그가 남긴 말처럼 강직하고 타협이 없는 삶을 살았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죽어서 마지막 안식처가 된 장소가 고양동을 감싸고 있는 대자산 자락이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그가 남긴 아니 정확히는 그의 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문구가 비석에 세겨져 있다. 그의 묘는 다른 유명 위인들과 달리 산계곡 깊숙이 위치하여 주차장에서 800m가량을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산책길을 걸으면서 그의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더듬어 올라가 보기로 한다.

그는 30대 중반이 되고 나서야 관직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고(이순신도 30대에 무과 급제했다.) 그 당시 고려 연안에는 왜구가 출몰해 해안가 백리 이내에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영 장군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왜구를 수차례 격파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공민왕 치하에서 최영은 재위 초반인 1352년 조일신의 난을 진압하면서 공로로 호군에 임명되었고, 곧이어 대호군으로 승진했다.

당시 고려를 비롯해 중국의 원나라 등 국제정세가 극심한 혼란기였는데, 최영 장군은 그 시절에 이성계와 더불어 고려를 지탱하는 영웅이었다. 1354년에는 원나라가 원군을 요청해 중국으로 파견 가서 27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하기도 했고, 원나라의 무너져가는 실상을 알게 된 최영은 공민왕에게 적극적으로 얘기해 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고려를 침입하는 홍건적을 격퇴하기도 하고, 김용의 쿠데타로 인해 왕을 구출하기도 했지만 특히 왜구를 상대로 1376년 크게 물리쳐 일명 홍산대첩이라고 불리는 큰 성과를 이루었고, 대체할 수 없는 영웅으로 자리 매김 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도 명과 암은 있다. 고려말에 정권을 자지 우지 하던 권문세족 이인임과 친하게 지냈었고, 후에 이성계와 힘을 합쳐 이인임 일파를 숙청하긴 했지만, 신흥 대국 명나라를 상대로 요동정벌을 일으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일으키는 명분을 제공하고 결국 고려의 멸망을 앞당기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의 일생을 반추해보며 오솔길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니 어느새 계단이 나타났고 힘들게 오른 끝에 그와 아버지 최원 직의 묘가 나란히 나타난다. 그가 이성계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유언으로 “내가 평생 조금이라도 욕심을 가졌더라면 내 무덤에 풀이 자란다”는 말처럼 풀이 없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최근까지 자라지 않다가 1968년 이후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젠 시대가 바뀌게 되고, 최영 장군의 억울함이 조금은 사라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묘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꽃다발과 막걸리, 맥주 등 각종 술상들이 가득 묘 석위에 올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큰 뜻을 품었으나 생전에 다 이루지 못하고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애정을 가진 인물들이 많은데 공민왕, 정몽주, 임경업 장군 등이 그렇다고 본다. 최영 장군은 뿐만 아니라 무속신앙의 대상이 되어 몸 주신의 하나로 사당에 모셔진다고 한다.

나는 최영 장군에게 절을 올리면서 그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전주 이 씨의 후손으로서 사죄를 드렸다. 고양누리길을 통해 최영 장군의 묘와 중남미 문화원, 고양향교, 벽제관까지 하루 코스로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면서 역사의 흔적과 색다른 이색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뿌듯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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