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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Sep 22. 2020

경기 유랑 김포 편 2-4(전류리 포구)

한강을 따라서 바다를 따라서 – 김포 평화누리길과 그 주변

벌써 해는 중천을 지나 석양을 향해 가고 있고, 나의 피로감은 극도로 달해 산 아래로 푹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지나왔던 역사의 현장이 가볍지만은 않아서 더욱 무게감이 느껴진지도 모른다. 무엇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역사의 무게만큼 무거운 발걸음을 했으니, 비교적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칼국수 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같은 여행자 부류는 왠지 청개구리 같은 습성이 있어서 무겁다가도 가벼운 것을 추구해야 하고, 그날 점심에 해산물을 먹으면 저녁에는 고기를 섭취해야 하는 법 바로 근거리에 위치한 <<연호정 칼국수>>가 이런 나의 조건에 부합하는 식당이다.


항상 음식점을 찾아갈 때 혹자는 미리 조사해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은 자기의 감과 기준에 의해서 즉석으로 찾은 가게도 많을 텐데 나는 전자에 속 하는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전자가 높을뿐더러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으면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sns에 유행하는 트렌디한 식당은 약간 한철 장사의 기운만 남아서 음식에 영혼이 없어 보인다. 10년 이상 꾸준히 유행하는 스테디셀러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의 맛과 이야기가 곁들여지니 음식의 맛도 더욱 살아난다. 유명하다는 버섯 샤부샤부 칼국수를 후루룩 삼키면서 생면의 거친 식감과 미나리의 상큼한 맛과 느타리의 향이 함께 나의 입으로 들어와 쌓였던 피로와 함께 내려간다. 여행은 오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좀 더 힘을 내보기로 한다.
한 여름의 해는 유독 길어 저녁 6시가 지나도 좀처럼 석양에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을 한강변의 한 항구에 가서 마무리 짓고자 한다. 한강 하구의 제방도로를 따라 한쪽으로 내려가면 철조망이 사방으로 둘러쳐 있고 군부대 초소와 공존하는 기묘한 형태의 어항을 맞이하게 되는데 한강 최북단 항구인 전류리 포구(浦口)라고 한다.

평소에는 항구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고, 철문 옆엔 군 초소가 위치해 이 곳이 북쪽에서 멀지 않은 장소임을 실감하게 된다. 군부대의 허락을 받은 이 마을 어민들이 특정 시간대에 한해서 어업을 나갈 수 있다고 하니 분단의 아픔을 김포에서 한번 더 느끼게 한다.
전류리 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으로 서해에서 자라다가 한강하구와 임진강에서 올라오는 황복이 잡히기도 하고 많은 어류가 잡힌다고 한다. 맞은편 너머에 북한의 개풍군이 위치해 있기에 조류를 잘 못 타면 북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27척의 허가된 어선만이 해병대의 감시하에서 눈에 띄는 붉은 깃발을 달고 조업에 나선다.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어판장에서는 참게와 숭어, 농어 등 신선한 수산물을 팔고 있어서 그래도 항구로서 기능은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농어와 숭어를 회로 떠서 한 잔 하고 싶었지만 건너편에 있는 철조망이 시야를 가리며 분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흥취감도 사라지고 목이 메는 무언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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