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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Sep 23. 2020

경기 유랑 김포 편 3-1

김포의 특색 있는 카페들

나는 일어날 때마다 부스스한 눈으로 조용히 커피포트 앞에 앉아 물을 끓이는 행위로 일상을 시작한다. “아침에는 진하게 진하게” 마법의 주문을 반복하며 이 까만색 성수를 마시면 꿈과 희망의 나라에서 치열한 경쟁의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치열한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노곤해질 때쯤 한잔, 일을 마치고 시간이 빌 때쯤 한잔, 늘 커피라는 음료는 일상과 함께 하는 활력소 이자 동료 그 이상의 존재일지 모른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집이나 다방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장소가 없었다.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부모님이 몸에 좋지 않다고 마시는 것을 금지했을뿐더러 이 쓴 걸 왜 먹지라는 의구심도 들었기에 가끔 몰래 커피에 프리마를 듬뿍 타서 달게 먹었던 기억만 남았다. 고등학교를 들어온 이후 집 근처에 카페베네가 들어왔다. 드디어 내가 카페라는 공간을 제2의 집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봐왔던 칙칙하고, 뭔가 촌스럽고 담배연기가 풀풀 풍기던 다방들과 달리, 카페란 공간은 푹신푹신한 의자도 있고, 세련된 음악이 흘러나왔으며 친구끼리 모여 수다를 하루 종일 떠들어도 눈치 받을 일이 전혀 없는 우리들만의 새로운 네버랜드(neverland) 일지도 모른다. 오락실, pc방, 노래방과는 달리 순전히 우리들만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고, 힘들거나 즐거웠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카페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서울로 올라온 나는 카페계의 거인 스타벅스를 만나게 된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카페에 와서 수다를 떠는 행동을 마치 갤러리나 전시회에 와서 문화적 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사서 먹을 때마다 도시에 사는 문명인이다 하는 자부심이 느껴질 만큼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릴 때도 있었다.

한 10여 년 전에 된장녀라는 사회적 용어가 유행을 탄 적 이 있었다. 식사 한 끼 가격(5천 원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의 커피를 즐기며. 명품을 소비하는 여자를 지칭해서 사회적으로 풍자와 지탄을 많이 받았었는데, 그 상징적인 장소 중의 하나가 스타벅스가 손에 꼽힌 것이다.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 일지도 모른다. 현재는 스타벅스가 거의 동네마다 위치해있고(현재 1443점포) 스타벅스보다 훨씬 고가의 커피를 파는 카페도 많이 생겼기에 이런 인식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단지 이 사회가 자기 자신의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행위를 용납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변질되지 않았나 본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현재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빨리빨리라는 문화도 있어서 한번 흐름을 타게 되면 천지가 개벽하듯 완전 시장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대니엘 튜더라는 기자가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 보다 맛없다.”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내고는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독점적인 맥주시장이 어느덧 지방마다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고, 라거뿐만 아니라 ipa, 바이젠, 쾰쉬까지 다른 나라의 맥주를 굳이 먹지 않더라도 동네 편의점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카페 문화도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듯했다. 어떤 카페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반면에 소박한 건물이지만 정성스러운 로스터링과 맛으로 소문이 나는 집도 있고, 커피뿐만 아니라 베이커리와 다른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도 많이 생겨났다.

김포의 경우 도시면적이 다른 경기도 도시(부천, 안양, 군포, 과천 등등)에 비해 큰 편이고, 급속하게 성장하는 도시라 도시 연담화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절반 이상이 읍, 면으로 이루어져서 도시 사이를 지나다 보면 논, 밭이 보이기도 하고, 동네 사이사이의 공간이 빈 공간이 많다 보니 그 빈틈 사이에 규모가 크고 주차공간을 꽤 갖춘 카페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김포를 유랑하면서 꽤 인상적인 카페를 발견했는데 한번 알아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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