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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민 Nov 28. 2020

경기 유랑 강화도 편 3-7(조양 방직)

강화읍, 강화도의 중심

고려궁지를 나와 강화의 골목길을 걸으며 옛 정취가 남아있는 도심을 두루 살펴보니 어릴 때의 추억도 새록새록 피어 나온다. 아파트와 상가건물로만 가득했던 도시와 달리 색다른 풍경이 골목마다 다르게 펼쳐지니 여행지의 잠재력은 무척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강화읍의 명소를 골고루 거쳐가는 강화 스토리 워크도 있지만, 고려시대부터 강화읍을 지켜주었던 강화 읍성의 성곽이 그대로 남아있어 걷기만 해도 하루 코스로 충분할 정도다.

강화도에 여러 명소가 있지만 제일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딜까? 강화읍의 쟁쟁한 명소들이 많고, 범위를 강화도 밖으로 넓히면 셀 수 없을 만큼 관광지가 있지만 아마 이 장소가 단연코 강화도의 최고 명소라 확실한다. 일제강점기에 강화 갑부였던 홍재용, 홍재목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세운 최초의 방직공장이었고, 60년대까지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인조 직물을 생산해 삼도 직물과 함께 최고 번영했던 장소로 강화도의 번영을 이끌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 없어, 공장은 폐쇄되고, 폐허처럼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었지만 고미술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엔틱 샵을 운영했던 이용철 사장이 인수하면서 카페이자 미술관으로 변하게 되며 강화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은 조양 방직이다. 여태까지 갔었던 다른 명소들과 달리 맞은편 주차장에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고, 입구에서부터 대기줄이 상당히 길었다.

입구에서부터 낡은 앤티크 소품들과 예전 이발소에서 주로 보았던 그림들이 묘한 조합을 이루며 공간을 독특하게 꾸미고 있었다. 우선 카페가 있는 공장의 본 건물로 들어가 커피도 마시며 건물의 아름다움을 여러 각도로 감상하려고 한다. 입구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공장으로 쓰였던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넓은 공간에 옛 공장의 형태는 부분 부분 살리면서 이발소 의자와 초등학교에서 봤었던 조각상을 여기저기 배치해 놓으니 뉴트로의 오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방직기계가 있던 기다란 작업대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장소로 바뀌었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다른 테마가 펼쳐지니 사진기를 들었던 손이 멈춰지지 않는다. 평범한 커피 맛인데도 불구하고 색다른 장소에서 마시니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는 듯하다.

중간중간 빈티지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많아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새로운 작품이 되어가는 듯하다. 낡고 오래된 것 들이라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장소와 물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카페 건물을 나와 조양 방직의 터를 여기저기 살펴보니 한 오래된 건물 위에 황소동상이 우뚝 서 있어 인상 깊었다. 조양 방직의 전성기를 보여주는 금고 건물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포토 존 여기저기 색다른 장소가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개발은 숙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무조건 건물을 헐어 버리고, 새롭게 짓기보단 새롭게 쓰임새를 찾아 조양 방직처럼 새로운 방법으로 새 생명을 부여하는 것도 어떨까 싶다. 이제 강화읍의 여행도 슬슬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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