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날이 어둑어둑해진 무렵 오늘도 어김없이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처럼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은지 거리에는 제법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생기를 잃어 푸석한 몰골로 거리를
걷는 이들의 행렬은 거리의 공기마저도 건조하게 느껴지게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시험을 준비한 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연이은 낙방 소식에 엄마는 임용고시도 세 번만에 붙을 거냐고, 누구는 어디에 취업했는데 너는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고 통화할 때마다 똑같은 잔소리를
이어 같다. 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통화를 끝내는 건 공부해야 돼서 바쁘다는 핑계로 끊어버리는 나였다.
통화의 끝은 늘 깊은 한숨 뿐이었다. 엄마의 잔소리가 길어질수록 나의 한숨도 깊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