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

기술의 발전 따라가기

by 유하연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싶었고, 사람들이 필요한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하는 분야로, 나의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는 것은 가슴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그런 직업이 한둘이 아니다. 기여하는 부분은 각각 다르겠지만, 청소를 해주는 서비스만 해도 우리 삶의 질을 올려준다. 그 외 각종 의료 서비스, 배송서비스 등등 모두 1차원적인 부분에서 기여하는 것이다. 1차원 적이라고 하니 단순하다고 잘못 오인될 수 있으니 표현을 바꾸자면 가장 원초적인, 필요한 부분에서 기여한다고 바꾸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서비스를 더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접근성이 좋도록) 앱을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적으로 사람들에게 편리함이 제공되고 있다. 물론 모두가 평등하게 이것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격차'라고 들어 보았는가? 디지털 격차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디지털 기기나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격차를 말한다.


최근 AI가 점점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 디지털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여하튼, 각설하고 이제 대부분의(디지털 이용이 쉬운 젊은 세대) 사람들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경험을 느끼끼 힘들어졌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오래 접해오기도 했고 일상에 필요한 서비스들은 이미 대부분 나와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웹 사용 경험을 토대로 '서비스 이용' 그 이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앱이라도 이제 '사용성'이 좋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다. 앱에 광고가 도배되어 있다? 옛날엔 그냥 참고 사용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 아이폰의 앱스토어 트렌드는 '최대한 애플 기본앱 같은' 앱이다.



디자인 엔지니어의 시선에서 서비스 그 자체를 넘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더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색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발전된 또는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 중에는 인터렉션형 미디어아트 전시가 좋은 예시이다. 나온 지는 좀 된 기술이지만 일반 사람들이 모션센싱이나 핸드트래킹 같은 기술을 접할 일은 그다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전시'라는 매개체로 사람들이 이제 대략 그런 기술이 있다는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너무나 흔한 형식이 되었지만 전시의 수준이나 퀄리티 측면에서도 사람들의 관심도가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보는 수준도 올라갔다.


지금은 지극히 기술중심으로 문장을 전개하였지만, 결국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문화적인 부분에서의 인식 및 수준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크게 보자면 국가 경쟁력으로 발전하는 것이고, 우리가 좀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전시로만 생각하면 작은 부분이겠지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융합의 결정체인 그래픽 부분에서도 사용자경험 측면을 고려하여 발전한 것이 있다. 바로 3D유물 복원이다. 3D스캐닝된 유물의 데이터를 다듬고 가공하여 웹이나 기타 온라인 매체로 사람들에게 관람이 가능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활용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미래세대나 유물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산 낭비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작성일 기준 어제 한글박물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유물 200점 이상을 옮기는 일이 일어났고 다행히 소실된 유물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일 소실되는 일이 발생했고 데이터가 사진밖에 없다면 미래세대에 아주 미안한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번도 그 유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가도 못 보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조금 실용적인 부분에서 접근하였는데 실용적이지 않아도 사용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고 도파민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렉션, 사용감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가령 금융어플인 '토스'의 쫀득한 사용감, '애플' 웹사이트의 스크롤 애니메이션, AR기능, '볼보'의 내차 만들기 등 사용자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일들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발전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결론은 사람들이 점점 단순한 서비스 이용이 아닌 '감성', '감각'을 만족시키는 것들을 추구하고 소프트웨어 콘텐츠조차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사용 중인 휴대폰의 인터렉션 감각, 어플의 사용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계시는가? 그렇다면 기술의 발전을 잘 따라가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지금 상황에서 한 사람이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한다. 두 개다 이해하려고 해 보자. 조금씩 궁금해하고 알려고 한다면 빠르게 변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조금이라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디자이너의 감각을 직접 엔지니어링 하여 표현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에 가깝게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술은 계속 발전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