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캠핑카 서바이벌 속 당신의 선택은?
맛의 기준은 손님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여경래 셰프의 한 마디
나의 여행입맛에 맞는 캠핑카를 고민하는 일은 개미지옥과 다름없다. 알면 알수록 욕심이 생기가다도, 알면 알수록 포기할 이유가 만들어지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나오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해답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사실이다. 휘황찬란한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레퍼런스를 대입해도, 그 문제가 풀리는 공식은 비로소 나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나의 기준이 바로 서야, 여행의 맛을 제대로 요리해낼 수 있다.
모든 탈출법을 관통하는 전제는 하나, 내 여행의 민낯을 과감하게 만나야 한다.
유럽 캠핑카뿐만 아니라 캠핑카여행을 하는 이들이라면, 주로, 캠퍼밴 vs. 모터홈 이 큰 카테고리 안에서 결정한다. 잠시 검색만 해봐도 일반적으로 캠퍼밴 campervan과 모터홈 motorhome을 차량 사이즈와 화장실 유무로 나누는 경우가 있는데, 예외도 있으니 명확하게 무 자르듯 구분하긴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쉽고 빠르게 이해한 후 결정만 하면 되는 우린,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원룸에 가까운 캠퍼밴과 투룸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모터홈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유럽 캠핑카에서 렌트한 campervan600 - VW Grand California for 2 모델은 샤워기와 세면대, 변기가 있는 작은 화장실이 있었으므로, 위 기준이 맞다면 그 예외에 해당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둘 중 하나의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끝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량을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
탈출법 1. 얼마나 가지고 있나요?
원룸보다 투룸이 비싼 만큼 캠퍼밴보다 모터홈이 더 비싼 게 보통이다. 일전에 챕터 2인 '유럽 캠핑카 사기 당하면 어쩔라고'에서 유럽 캠핑카 검색 주요 사이트를 언급했던 것 중에, 내가 이용했던 freeway camper로 예를 들어 보자.
같은 캠퍼밴이어도 화장실의 유무와 사이즈가 다양한 차들을 검색할 수 있으며, 모터홈은 RV's(class A&C)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우리가 화장실이 있는 캠퍼밴을 찾았던 이유는, 유럽 화장실은 어디든 유료였고 이용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2월로 설정해보니 재밌는 걸 발견했다.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모터홈 가격도 캠퍼밴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어떤 건 모터홈이 더 가격대가 좋아보이기까지 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차가 클수록 기름값 전기 및 워터 충전 등 더 감당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어쨌든 뭐 생각지 못한 가격대를 목격하게 된 건 연식이나 다양한 까닭이 있겠지만, 사실 아래에서 더 다룰 조건들 때문에 간혹 캠퍼밴이 더 인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탈출법 2. 당신의 여행 취향은 도시와 자연 중 어디인가요?
내가 참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 '원지의 하루'의 주인장 이원지 씨는 늘 자신은 도시녀라며 노래를 부르곤 한다. 이걸 인상적인 이야기로 꺼내는 나의 본보습도 사실 캠핑카 여행과 좀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유럽 캠핑카를 선택한 이유는 전적으로 비용 때문이다. 숙박비며 대중교통 등 뭐 하나 안 비싼게 없으니까. 그 다음으로 캠퍼밴이었던 까닭은 바로, 뮌헨과 취리히 같은 도시 쇼핑의 두근거림이 결정적이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있던 일이다. 고가도로 아래 주차장 라인이 제법 커보여서 그곳에 대고 정산 후 1시간 동안 잠시 쇼핑을 하고 오던 길에 주차단속하려는 여성분을 만났다. 그 분이 우리 차를 보더니, 그 큰 주차라인 바깥에 조금 나온 우리 차를 보곤 이렇게 나오는 차는 안 된다며 이동할 것을 요청했다. 하마터면 한국에 도착해 범칙금을 낼 뻔했다. 캠퍼밴도 도시 주차엔 애를 먹는데 모터홈이 잘 될 리가 있을까. 물론, 도시 근처 캠핑장에 미리 예약해서 주차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도시 캠핑장의 퀄리티는 근교보다 떨어지고 소란스러운 편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한다.
더군다나 tvN <캠핑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편에서 곽선영의 아말피 해안을 향하는 운전스킬을 본 이들이 있다면, 그 좁은 해안도로나 스위스 오스트리아 산악도로를 모터홈으로 다니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도시를 안 가고 자연을 향한다고 해도 지형에 따른 능숙한 운전이 어렵다면, 차량 사이즈를 줄이는 방안으로 정하는 게 현명하다.
어쩌면 여행객이 모터홈보다 캠퍼밴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금액에도 반영된 것일 수 있겠다. 만약 도시와 자연을 번갈아 다니며 이동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카라반 트레일러를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카라반 트레일러의 경우 면허는 차량 무게에 따라 소형 또는 대형 견인차 면허가 필요하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탈출법 3. 셀프 세차 및 내부청소든, 추가비용 지불하고 맡기든, 둘 다 괜찮으신가요?
청소를 이전부터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어마어마하게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이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지 여부를 꼭 생각해봤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나는 몸을 구부려서 청소할 만한 척추 상태가 아니기 때문(어느 날 후두신경이 찌릿하다면 브런치북 참조)에, 집에서도 간편하게 청소 및 정리를 하는 편이다. 근데 한 달 가량, 아니 기간이 짧더라도 캠핑카 여행을 한 후 처음 수령했을 때처럼 다시 깨끗하게 만든다는 건, 일반적인 집 청소랑 또 다른 차원이었다.
내부는 쓸고 닦은 후 이 잡듯 매직블럭으로 하얀 벽에 혹시 물건이 만들어낸 표면 스크래치나 싱크대 화장실 물때까지 벅벅 닦아내면서 정말 새차 상태로 보존해야 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중에 반납할 때 천천히 한 톨의 먼지까지 보려는 직원을 보았다는 건 안 비밀이다. 냉장고도 사용하다보면 성에가 끼기 마련인데 이 모든 걸 시간을 두고 녹여낸 후 김치 냄새 없이 잘 청소해야 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매트까지고 털어내며 아주 용을 써야 한다.
외부는 또 어떤가. 차가 크면 위 지붕까지 셀프 세차하면서 호스를 뿌려내기 쉽지 않다. 위에도 창문과 방충망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경써야 하며, 더군다나 사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거대한 차를 셀프로 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 자가용을 청소할 때 닿았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기 때문에, 기름을 넣을 때 한 켠에 있는 유리닦기로 늘 먼지와 각종 흔적들을 굳기 전에 잘 닦아놓아야 하며, 그걸 못했다면 셀프세차 시 지워내야 하는데 땀이 절로 난다. 내가 관리 가능한 차량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게 좋다. 세차 코인도 적게 들면서 해내야 하니 순간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건 당연했다.
브런치북 유럽 캠핑카여행 이래도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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