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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Nov 04. 2024

이런 유럽 캠핑장 거르세요

캠핑카 여행 반드시 알아야 할 5가지


그래,

꽃길은 사실 비포장도로야.


tvN <멜로가 체질> 중에서



프랑스 어느 캠핑장이었다.

인생에 디즈니랜드 한 번은 가봐야 한다며

파리올림픽 시즌에 어렵게 잡았던 곳이었다.


성수기답게 사람은 좀 바글바글했지만,

시설 규모도 제법 크고 나무그늘도 많아서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세팅할 때까진 참 좋았다.

 

한가로운 오후를 느긋하게 즐기는 인파 사이에서

미리 씻자며 서둘렀던 그 순간,

우리 부부는 누가 약속했던 것도 아닌데

화장실과 샤워실을 각각 들어갔다가 동시에 나와버렸다.


"변기 커버가 없고 너무 더러워. 

여긴 공중화장실이 아닌 유료 캠핑장이잖아.

더군다나 벽엔 곰팡이가 가득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 있지? 문화 차이일까?"


무료도 아니었고, 하루 8만원 정도 되는 캠핑장이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곳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스위스 캠핑장 샤워실 모습! 추후 공개예정 :)

1. 변기커버 있나요?


챗GPT에게 물었다. 유럽 변기커버 문화에 대해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의 당황스러움을 달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쨌든 이런 경우를 더러 만나게 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구글에서 원하는 지역을 설정하고, 그 근교의 캠핑장을 알아볼 때 최대한 사진이나 후기로 변기커버 유무를 살펴보기로 했다. 캠핑카의 화장실에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한 달 정도 유럽 여러 국가 캠핑장을 돌아다녀보니, 변기커버 있는 곳이 그나마 시설관리도 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변기커버가 있어도 위생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국에서 소독티슈나 뿌리는 소독제를 가져가 한 번 닦아낸 후 사용하면 기분적으로 나을 수 있겠다.


2. 시간제한 있는 샤워실인가요?


무인 캠핑장이었다. 체크인도 키오스크로 하고 신박한 첫 경험에 놀라기도 잠시, 샤워실에 떡하니 보이는 숫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숫자 6! 6분 안에 샤워를 마치고 나와야 하는 미션에 자동으로 참여한 기분이었다. 오징어게임 인물들이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정신없이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중단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헤치우고 물기를 닦았다. 숨을 크게 몰아쉬고 진정한 후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0에서 다시 6분이 채워진 숫자를 보았다. 기다리니 시간이 다시 채워지긴 했으나 무인 시스템이라 설명을 듣지 못한 난, 허탈하게 나왔다. 

유럽 캠핑장은 사용료를 지불했음에도 화장실이나 샤워실 이용료를 시간 혹은 횟수에 기반하여 추가로 내야하는 곳이 있다. 맨 처음엔 문화차이인가 싶었지만, 구글 후기를 보면 같은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만만찮은 사용료를 냈는데 뭔가 더 추가요금이 붙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있으니 잘 체크하길 바란다.



3. 체크인 시간 후 출입금지가 되는 곳인가요?


여행을 하다보면 잘 모르는 곳들을 다니다보니 구글맵 시간보다 훨씬 지체되는 건 예삿일이다. 게다가 캠핑장 체크인 시간은 성수기 6시까지 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이후는 차번호를 출입차단기에 등록해 자동으로 열리게 한 후 우편함에 시설키를 봉투에 넣어두어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편이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미리 연락을 했음에도 체크인 시간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다른 방편을 만들어주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희박하지만 있다는 후기를 보았다. 언어가 원활한 사람들이야 전화로 이야길 나눌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해결이 어려우니 미리 메일로 체크인 시 주의할 점이 있는지 꼭 물어보는 게 좋다. 어댑터를 빌려야 하거나 도구가 필요한 경우도 미리 알아보도록 하자.


4. FKK(Freikoerperkulturfree body culture) 문화를 잘 알고 있나요?


이 문화를 잘 알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전혀 모르고 있다면 이 기회에 알고 계획하는 걸 권장한다. FKK협회가 있고 독일에서 출발한 운동으로 이 문화를 지향하는 캠핑장은 이 약자 표시를 해두고 있다. 혹시 이를 모르고 예약해서 도착한 날 알게 됐다면, 데스크에 이 상황을 잘 설명할 경우 취소를 해주는 사례도 있다곤 어느 후기에서 보았다. 우린 그 문화를 전혀 몰랐고, 늦은 시간 도착했던 터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하룻밤 묶게된 에피소드가 있다. 경험하고 보니 그들과 같이 그 문화를 즐기지 못할 거라면 예의상 그 캠핑장에 머물러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쾌하게 인사를 해주고, 세탁기가 잘 움직이지 않을 때 도움을 받는 등 미소가 오가면서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란 걸 느꼈다. 그저 취향을 존중하면 될 일인데, 함께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지 못하는 우리가 공교롭게도 방해가 되진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든 시간이었다. 


5. 선착순 자리맡기 해야하는 곳인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느긋하게 한 캠핑장에서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는 유럽인이 아니라면, 우리에겐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유럽을 갈 일이 얼마나 자주 있겠는가. 하루를 바쁘게 여행하고 돌아다니고 tvN <캠핑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의 여배우들처럼 늦게 체크인 하는 겨우가 흔할 텐데, 선착순 캠핑 사이트 자리맡기는 결코 매력적이기 어렵다고 본다. 내 돈을 주고 내 자리를 맡아놓아야 불안하지도 않을 뿐더러, 전기 꼽는 코드도 온전히 내 것으로 비워져 있어야 돈을 낸 권리를 갖게 되는 것 아닌가. 세상에 선착순인 곳인 줄 모르고 또 간 그 캠핑장은, 분명히 자리는 있는데 누구의 코드인지 모를 정도로 꽉 차 전원을 연결할 곳이 없어서 정말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차에서 내려 코드를 꼽을 곳이 있는지부터 내 발로 돌아다니며 살펴봤던 그날이 떠오른다. 의심하지 말아야지 싶지만, 뭔가 참 주변의 모든 캠퍼들에게 서운할 정도로 꽤 진땀흘리며 수색했던 그날도 웃지못할 추억이 되어 버렸다.



하루하루 버티며 지냈던 일상 속에서 유럽 캠핑카 여행 계획은 꽃밭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비포장도로였고, 바쁘다고 여행 공부를 등한시했던 우리는 제대로 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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