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캠핑밖은 유럽처럼 하려고?
우리들의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에서
누가 물었다.
"그럼, 유럽 캠핑카 여행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렌트해갖고 연습해봐야겠지?"
나의 여행담을 들은 중년의 지인은, 올 겨울 호주여행을 캠핑카 콘셉트로 해보겠다며 눈빛을 반짝거렸다.
"물론, 도움은 되겠죠. 근데 하루 국내 캠핑카 렌탈비만 해도 꽤 들길래, 전 포기하고 유럽에서 그냥 캠핑카 첫 경험 했어요. 다녀오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굳이 완벽할 필요 있나? 하고요."
지난 글에선 캠핑카 예약할 때 조금이나마 여행비를 절약할 수 있는 여러 노하우들(아래 연재글 참고!)을 남겼다. 그건 사실 나의 경험과 시선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겠다 싶은 도처의 정보들 중 핵심을 모았던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혹시 나의 기록을 통해 완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늘의 이야기도 함께 고민해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요즘, 라미란 배우를 주축으로 내가 참 좋아하는 여배우들, 곽선영 이주빈 이세영이 나오는 tvN <캠핑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가 방영되고 있다. 그곳에선 단식원과 다식원을 오가는 다양한 한식과 퓨전요리를 보여주고 있는데, 진정 그들처럼 유럽 캠핑의 꿈을 꾸는 이들은 사실 그녀들보다 그것들을 아주 치밀하게 살펴본다는 걸 우린, 반드시 알아야 한다.
배우 이세영이 밥을 할 때 살펴본 미니밥솥
쌈장라면을 끓일 때 사용한 그리들
그녀들의 각종 요리를 감당했던 가스 버너 등
방송 후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선 그 캠핑 아이템을 공유하는 글들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더군다나 시청자들은 출연자가 직접 준비한 물건들도 있겠지만, PPL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 스쳐지나갔던 그 물품들을 검색하며 똑똑하게 리스트업한다. 그만큼 인생에 자주 오지 못할 유럽 캠핑카 여행을 위한 준비를 일상에서 놓치지 않고 부지런하게 담아내고 있는 그들을 보면, 어느새 나도 같은 물건을 시나브로 사재끼고 있다는 게 함정이다.
과연 우린 방송을 하러 가는 사람인지 묻고싶다. 설령 이 기회에 유튜브까지 노린다해도, 요즘 트렌드가 어디 그런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행 유튜버가 그만큼 인기를 가져다준다는 보장이 있는지 말이다. 결국, 우린 보통 23kg 캐리어 1개, 기내용 캐리어 1개 정도 가져갈 수 있는 이코노미 클래스로 시작할 텐데, 그 무게를 초과한 물품을 욕심껏 다 가져갈 순 없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돈을 아끼겠다고 다이소에서 이것저것 사는 것도 모으면 꽤 많은 비용이 드니까.
따라서, 나에게 맞는 최소한의 유럽 캠핑 준비물을 찾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남들 가져간다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내가 정말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것들에 고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 유튜버 '미니멀 유목민'의 영상을 종종 보는데, 요즘 영국 CTC Coast to Coast Walk 트레킹 영상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들의 영상을 보면서 영감을 얻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럼, 이런 관점에서 내가 생각하는 유럽 캠퍼밴 여행 준비물을 조심스럽게 꺼내고자 한다.
1. 가스 버너
5만원 남짓한 가스버너를 한국 중고 캠핑숍에서 샀다. 살 때 유럽 이소가스는 클립형과 나사형이 있는데, 데카트론 Decathlon(참고로 한국 스타필드 등에도 입점되어 있음) 가면 두 가지 모두 잘 진열되어 있어서 골라 구매할 수 있다. 단, 이소가스가 없을 경우 부탄가스를 사용할 생각이 있다면 연결 어댑터를 추가로 구입해서 가져가길 권장한다. 그런데 해보니, 부탄가스보단 이소가스가 훨씬 화력이 나았고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구입 시 버너 무게가 어느 정도 나가는지 보면서 전체적인 짐 무게를 예상해보는 게 좋겠다.
2. 침낭(feat. 침대커버) & 냉감용 목베개, 샤워가운
화장실이 들어가 있는 캠퍼밴을 예약하고 해당 업체에서 온 메일엔, 침구세트를 옵션으로 할 거면 도착 일주일 전엔 말을 해달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무료겠는가. 집에 버리기 직전의 가벼운 침대커버와 침낭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침대엔 기본 매트리스는 있으니까. 여름이니 베개는 다이소 냉감용 목베개(1개 5천원 정도)도 준비해 운전할 때 잘 때 모두 이용했다. 어떤 이들은 에어매트도 요긴하다고 전한다. 참고로 캠핑장 샤워 후 옷입고 나오기 힘들 수 있으니 샤워가운으로 바로 나오면 아주 상쾌하다고 말하고 싶다.
3. 어닝 고정 스트랩과 쇠말뚝
유럽 날씨는 성수기인 여름이어도 변화무쌍하다. 특히 비바람이 1시간 임팩트있게 몰아칠 땐 차 안에서 노아의 방주가 된 기분으로 숨죽이게 될 정도다. 그럴 땐 어닝을 과감하게 접고 바깥에 모든 물건을 차 안으로 집어넣은 채 날씨가 다시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어느 정도 바람이 부는 날씨 정도라면 어닝을 바닥과 고정시켜 줄 스트랩과 쇠말뚝을 이용해 단단하게 설치해놓는 것이 좋다. 렌트를 한 캠핑카의 어닝이 고장나면 이 또한 지출로 이어질 테니 이 준비물은 반드시 챙기도록 한다.
4. 비상용 렌턴 및 사진과 영상 저장할 보조 메모리, 네비게이션용 폰 공기계
유럽 캠핑장이나 여행 예약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하는 한 달 캠핑카 여행은 차 안의 빛이 어두우면 여러모로 피곤하다. 또한 비상전기가 필요할 수 있으니 핸드폰 불빛만 믿지 말고 준비하도록 한다. 여기서 좀 다른 요소지만 덧붙이자면, 여행하면서 쌓이게 되는 영상이나 사진들을 저장할 보조 메모리는 필수템이다. 내가 사용하는 디바이스를 고려해 어떤 보조 메모리를 가져가면 될지, 어떻게 백업을 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하길 권한다. 유심이나 로밍은 개인적 선택이고 해외여행 시 강조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유럽 캠핑카 및 렌터카 여행할 때 해당 국가의 유심을 넣고 네비게이션이 될 폰 공기계를 가져간다면, 우리의 핸드폰이 열나지 않고 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5. 소소한 식사 준비물
개인적으로 코인육수와 미역(세척 및 잘라진 상태), 누룽지를 아주 추천한다. 가볍고 간단하면서도 간단한 국물요리를 해낼 수 있는 세 가지 준비물은, 장이 좀 불편할 때 따끈한 걸 먹어야 하는 한국인에겐 아주 꿀템이다. 간혹 중국 마트에 가면 떡국떡도 살 수 있는데 그걸 넣고 미역에 코인육수, 살짝 참치액으로 간만하면 훌륭한 아침 식사가 된다. 고춧가루는 청경채로도 겉절이를 할 수 있으니 꼭 챙기도록 한다. 또한 집에서 버려도 괜찮은 반찬통들을 좀 가져가면 좋겠다. 김치야 그곳에서도 구할 순 있는데, 캠핑카 안의 냉장고에 김치냄새가 배면 참 난감할 테니,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플라스틱통을 가져간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이 외에도 비닐장갑, 매직블럭(싱크대 및 화장실 청소용), 쓰레기 버릴 봉지 등은 다이소에 정말 저렴하고 무게가 나가지 않으니 가져가면 정말 편리하다. 유럽 마트의 커피 브랜드는 뫼벤픽, 라바짜 등 먹고픈 게 많아 핸드드립 세트 및 집에 차고 넘치는 텀블러 간단하게 가져가면 좋다. 참고로, 해찬들 청양초 된장찌개의 된장은 청양고추를 넣지 않아도 칼칼해서 애용했다. 이에 마트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요즘 멀티형으로 개발된 품목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세상은 많이 발전했으니까 말이다.
사진이 참 많은데, 각 항목에 걸맞는 사진을 올려놓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일을 하면서 브런치스토리를 연재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벽하지 않는다 해도 어떤가. 작가 김영하 님이 말한 내가 창조한 세계. 비록 미완성작이라 할지라도 이 글을 또 하나 업로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만들어놓은 또 하나의 세계인 만큼, 그 안으로 여행을 다녀왔으면 그만 아닌가. 남들처럼 하지 못했다 해도,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미완의 기록. 일단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나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