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항상 중심에 있지 못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외모, 성격, 성적 등 평범 혹은 평균치에 근접한 적은 거의 없었다. 늘 남들처럼 되고 싶었다. 평균에 속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평균 키, 평균 몸무게, 성적도 반 평균, 전교 평균, 평균 소득, 평균 얼굴(?)까지 얻고 싶었다. 평균으로 무장한 채 그 안에 끼어서 누군가의 눈에도 띄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세상을 살고 싶었지만 내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평균을 갈망하며 초중고를 보내고 좀 늦은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영원히 평균에 낄 수 없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나는 세상의 경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영화 제목과는 아주 거리가 멀게 나는 세상의 경계에 서서 사랑을 외쳤다. 그 이후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도로에 떨어져 있다가 다시 인도에 올라서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그 경계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경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중심은 아니라도 그 주변 어딘가에 있을 때와는 다른 게 보인다. 보이지 않던 세상이 내 눈에 보인다. 남들은 모르는 것들을, 있을 거라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계에 선 나는 경험하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지 않다면 몰랐을 일들을 매일같이 겪고 있다.
내가 세상의 경계에 서서 사랑을 외친 지 13년이 다 되어간다. 13년을 살면서 때로는 모른 척하고 싶었다. 내가 경계에 서서 다른 이들과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을 누구도 몰랐으면 한 적도 있다. 내가 만든 생명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간 지 10년이 지나자 더는 내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는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도대체 제가 어디에 있냐고요?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아프리카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