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광고에 대한 단상
얼마 전 한 광고를 보며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게 되었다. 이영지라는 요즘 핫한 젊은 연예인이 자신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 때문이었다. 흔히 요즘세대를 이야기하는 N포세대라는 말에 반박하는 컨셉의 광고인 듯 했다. 그 광고가 충격을 준 이유는 광고의 주인공이 사실 무엇도 포기하지 않은 듯 보이는 열정 넘치는 도전정신의 주인공이기도 했고 도발적인 대사를 통해 기존 세대가 규정지어 놓은 듯한 프레임을 깨버리는 태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대를 아우르며 정의하는 말은 90년대 X세대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MZ세대까지 유행처럼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중에도 N포세대라는 말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지금의 젊은 세대가 기존 세대에 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는 우울한 의미를 담은 말로 새로운 세대들이 맞이하는 현 시대가 녹록치 않은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결혼, 집, 취업 등 삶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던 일상적인 것들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젊은 흙수저 세대들의 좌절감을 반영한 말인 것이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보며 한편으로 과연 N포세대라는 그 말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과연 그 말이 젊은 세대 스스로 자신을 규정한 말인지 아니면 정치적 수사의 의미가 더 많이 함의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전자라면 청년 세대들이 현실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조차도 박탈당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지만 후자라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청년들을 폄훼하고 정치적 압박을 가할 목적으로 청년들을 무기력감에 빠지게 만드는 사악한 수사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둘 모두에 해당되기에 우리는 이러한 용어에 대해 한번 깊이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절실하게 느끼는 바는 말의 힘에 관한 것이다. 주술적 힘이라는 것은 어쩌면 말이 가진 힘의 다른 말이 아닐까 할 정도로 언어, 말이라는 것은 사람을 속박하는 능력이 있음을 느낀다. 정치인들이 자신이 정의한 언어와 말로 프레임을 만들어 그 속에 상대를 가두어두고 공격하는 이유도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이 성공하면 사람들의 생각도 그 틀로 고정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능력이라면 대중이 그들의 말의 주술에 넘어가게 되면 자신의 미래는 물론 공동체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과거 미국의 어느 과학자가 아이들을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언어 사용에 관한 칭찬을, 다른 그룹에는 언어 사용의 미숙함을 지적하는 비난을 계속한 결과 비난을 받은 그룹의 아이들이 말 더듬의 언어 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연구는 그 연구의 비도덕성과는 별개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람이 얼마나 타인의 말에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심지어 식물이나 미생물조차도 언어실험을 통해 험한 말을 들은 실험군이 죽는다던지 썩는다던지 하는 관찰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섬뜩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치인이나 다수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명인의 말은 그 말이 가진 속박의 힘을 알고 있다면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부정적 방향보다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는 많은 청년들에게 기성 세대나 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기력감을 심어주는 굴레를 씌워 그들 모두를 폄하하고 젊은 세대의 특권인 도전정신을 상실하도록 무기력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목적에서 만든 의도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아마도 N포세대라는 말에 대한 도발적 반박을 하는 그 연예인이 내게 충격을 준 이유는 자신이나 새로운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의 언어로 재단하려 하지 말라는 항변으로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젊은 세대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규정하는 것이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으며 더구나 이런 후진 표현으로 그들을 정의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며 젊은 세대를 말의 주술로 구속하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X세대이다. 언젠가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에서 세상의 중심이 90년대생이 되어버린 듯 사회가 새로운 세대들의 사고방식에 맞추어 가야 하는 것이 당위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책의 내용에서 약간은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바로 윗세대인 우리 세대들에게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우리 세대가 기존 세대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싸워왔고, 그러한 부당한 삶을 다음 청년세대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배려의 결과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을까? 그들에 대한 배려와 양보는 미덕일지언정 그들이 옳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할 당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항변하자면 우리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권위주의적인 기존의 세대가 가진 고정관념을 스스로 바꾸려 노력한 유연한 세대이다. 민주적 질서의 정착을 갈망하고, 사이버 세계의 문을 열었으며, 수능이라는 입시를 시험당했고, IMF라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려 청춘을 불살랐고, 모바일 시대를 적응하고 개척해 나아간 세대로 그 어느 세대에 비해 노력에 있어서 부끄럽지 않은 세대이며 전 세대에 비해 유연하고 합리적인 세대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세대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이다.
이처럼 내가 나의 세대에 대해 스스로 자랑스럽게 정의하듯이 젊은 세대들도 자신의 세대에 대해 각자의 삶의 태도를 반영하여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 아닐까?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젊은 세대의 의미가 폄훼되고 그들이 말의 주술에 빠져 무기력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광고 속 당당한 그 연예인의 말처럼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젊은 세대의 패기가 아마도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나를 포함한 기성의 세대들은 우리는 누리지 못했을지언정 새로운 세대들이 그들의 당찬 패기가 꺾이는 일이 없도록 그들의 미숙함이 실패를 가져오더라도 그것이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