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잘 통하는 부부는 '달의 뒷면'을 본다?
까만 밤하늘을 환하게 비춰주는 달을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달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아마 십중팔구… 아니, 백이면 백 모두 달의 앞면을 떠올렸을 겁니다. 흔히 ‘바다’라 불리는 짙은 현무암 부분이 보이는 면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달의 앞면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달의 뒷면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앞면과 별다를 바 있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달의 뒷면에는 울퉁불퉁한 크레이터crater가 가득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 모습을 들여다보면, 낯선 행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수많은 크레이터를 숨기고 지구를 맴도는 달처럼, 사람도 누구나 ‘달의 뒷면’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연인, 배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어쩌면 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달의 뒷면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가 달을 떠올릴 때 대개 달의 앞면만을 생각하는 것처럼, 부부 갈등 상황에서도 '내 시야'에서 보이는 부분으로만 상대의 입장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뒷면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을지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아내는 착각하고 있어요. 제가 아내를 무시할 이유가 없어요. 매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니까요.
남편은 항상 변명해요. 지금도 거짓말이에요. 제가 아기를 낳고 일을 그만둔 후, 남편은 저를 무시해요.
위 상황은 부부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입니다. 서로가 가진 달의 뒷면을 고려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지요. 그렇다면 부부가 이런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유념해야 할까요?
부부를 위한 심리 레시피
'마음 이론'의 중요성
부부의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를 마음 이론theory of mind에서 찾아보자. 우선 마음 이론은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태도에 관한 이론으로 타인의 지각, 의도, 동기, 생각, 감정을 추론하고 공감하는 것을 포함한다. 정리하면 상황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것은 누구나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
눈에 보이는 것은 사실의 일부일 뿐
부부 중 그 누구도 자기 관점에서 사실 전체를 볼 수 없다. 마치 우리가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달의 뒷면을 보기 위해서 막대한 돈을 들여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처럼, 우리는 배우자의 관점에서 보이는 것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을 근거로 해서 부부가 다투고 있다면, 자기가 든 화투 패만 보고 전 재산을 올인하는 호구1, 호구2와 다를 게 있을까? …
의도와 행동 구분하기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 소설 《레미제라블》처럼 우리 역시 물건을 훔쳐서 달아나는 누군가를 보면 그저 도둑으로 취급할 것이다. 하지만 선의를 갖고 빵을 훔쳤던 장 발장처럼, 그의 내면에도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특히 부부 관계는 더욱더 그러하다. 부부는 악의를 갖고 서로를 아프게 하진 않는다. 부부에게 있어서 의도는 행동과는 별개로 파악해야 할 과제이다. …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파악하고, 서로의 관점에 한걸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부부 관계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만약 이 레시피를 거치면 아까의 갈등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요?
당신의 관점에서 내가 마치 당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내 관점에서는 경제적인 부담이 커져서 회사 생활에 부담이 더 느껴지고 더 피곤해져서 그런 건데 말이야.
내 관점에서는 당신이 날 한심하게 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 당신 관점에서는 회사 생활도 힘들고, 지쳐서 시큰둥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 거창한 방법도 아닌데, 흘러가는 대화의 방향은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지요? 서로를 속단하고 평가하던 부부에서, 상대방과 나의 관점을 구분하고 차근차근 대화를 해나가는 부부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달의 뒷면을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 위 글은 《결혼 수업》 중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저자: 송성환
저자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국제정서중심부부치료센터(ICEEFT) 및 한국정서중심치료센터 정회원인 그는 재직 중인 울산 마더스병원에서 주로 부부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임상 진료와 상담 경험을 기반으로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글을 연재 중인 저자는 경상일보 ‘부부 심리 클리닉’을 통해 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중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다양한 부부 갈등 사례를 심리학적 이론에 기반하여 쉽게 풀어 왔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에는 더욱 생동감 넘치는 부부 관계를 위한 레시피를 정리하여《결혼 수업》을 출간하였다.
* 책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49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