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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아이북스 Oct 17. 2022

[책 미리보기 1화] 영국 왕실의 고급 영어 뜯어보기



여왕의 발표문 103단어에 숨은 의미

#왕실영어 #고급영어
해리 왕자 부부의 폭로에 대응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발표문을 통해 왕실 고급 영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발표문 (ⓒ뉴시스)


첫 문장은 ‘지난 수년간 해리와 메건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한 모두를 알게 되어 전 가족은 슬프다(The whole family is saddened to learn the full extent of how challenging the last few years have been for Harry and Meghan)’이다. 이 문장의 주어인 ‘전 가족(whole family)’이라는 말에는 ‘우리(our)’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를 일러 왕실 전문가들은 ‘우리’라고 하면 해리 부부를 빼고 말하는 격이 되기에 그냥 ‘전 가족(whole family)’이라고만 했다고 설명한다. 해리를 포함한 표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라는 단어보다는 ‘전 가족’이란 단어를 쓴 걸 보면 정말 세계 최고의 외교 기관답게 외교적 언사에 능숙하고 말 한마디, 단어 하나에도 신경 쓰는 따뜻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알게 되어 슬프다(is saddened to learn)’에서 ‘learn’이란 단어를 쓴 이유도 분명하다. 자신들이 해리와 메건으로부터 직접 들어서 ‘알게 된(know)’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터뷰 방송을 직접 보았다면 'learn’이라고 하면 안 된다. 결국 사실이야 어떻든 직접 듣지도, 방송도 보지 않고 ‘간접적으로 누군가에게서 들어서 알게(learn)’ 되었다는 뜻이다. 점잖은 왕실 가족들이 TV 앞에 앉아서 해리 인터뷰를 보면서 일희일비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왕 생전의 왕실 가족. 뒷줄에 메건 왕자비와 해리 왕자의 모습이 보인다.


다음 문장 ‘제기된 사안, 특히 인종(관련)은 우려하고 있다(The issues raised, particularly that of race, are concerning)’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주요 표현이 나온다. 우선 ‘The issues raised’에서 ‘제기된(raised)’이라는 표현부터 살펴보자. 사실 이 문장은 ‘The issues, particularly that of race, are concerning’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그러면 ‘사안들 중 특히 인종(관련)은 우려하고 있다’라는 직설적 표현이 되어, 인터뷰에서 거론된 모든 사안을 이미 ‘문제(problems)’로 왕실이 인정하고 확인하는 말이 된다. 
 그러나 ‘raised(제기된)’라는 단어 하나가 들어감으로써 ‘사안들(the issues)’은 그냥 ‘제기되었을’ 뿐 아직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문제로 남는다. 인터뷰에서 제기된 사실을 따져 보기도 전에 인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에서 해리 부부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사전에 귀띔받은 바가 없기도 했거니와 인터뷰 발언을 이틀만에 조사해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결국 진실을 하나하나 시간을 두고 따져가 보자는 말이다. ‘너희들의 말을 인정한다 안 한다의 차원이 아니라 그냥 들었을 뿐이고 그런 문제를 조사해 봐야 진위를 알 수 있으니 두고 보자’라는 뜻이다.

 ‘특히 그 인종(particularly that of race)’이라는 대목에서는 인종 문제에만 ‘특히(particularly)’를 덧붙여 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도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안들은 좀 가볍게 보이게 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인종 문제가 아닌 정신 고통, 경호, 돈 관련 문제들은 굳이 언급하거나 알고자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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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일정 : 10/18(화)~10/22(토), 총 5회
1화 _ 
영국 왕실에서 쓰는 고급 영어 뜯어보기
2화 _ 영국인이 <기생충>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3화 _ 눈물 대신 파티? 영국의 독특한 장례식 문화 
4화 _ 영국인의 소울푸드가 '카레'인 이유
5화 _ 영웅일까, 악당일까? 유일무이의 영국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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