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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아이북스 Oct 18. 2022

[책 미리보기 2화] 영국이 <기생충>을 좋아한 이유


'007'과 '스타워즈'를 뛰어넘다

영국 영화잡지 ‘스크린’과의 인터뷰에서 커존그룹 CEO 필립 나치불은 커존이 〈기생충〉 상영권을 확보한 다음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덕분에 200만 파운드(약 30억 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보았다고 밝혔다. 커존은 자신들이 그동안 수입한 외국 영화 중 〈기생충〉이 매출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라고 했다. 커존은 그동안 제임스 본드 ‘007’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 배급권을 확보해 돈을 벌었는데, 세계인이 다 보았을 그런 할리우드 거작 영화보다 〈기생충〉의 선점이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기생충〉 상영권을 살 때는 ‘큰 모험’에 겁이 날 정도였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We never dreamt that would happen)”면서 놀라워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영화 성향은 영국영화협회가 선정한 10대 한국 영화를 봐도 알 수 있다. 〈버닝〉(이창동), 〈박하사탕〉(이창동),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장화, 홍련〉(김지운), 〈괴물〉(봉준호), 〈낮술〉(노영석), 〈하녀〉(임상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홍상수), 〈부산행〉(연상호) 등의 작품이다. 이 리스트를 찬찬히 보면 영국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한국 영화가 결코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한국적 작품, 혹은 한국인의 일상을 그린 로맨스물이나 역사물 같은 서정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혹은 다크 코미디라 불려야 할 뒤틀린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인간사의 비극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희극 같은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생충>이 영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이유

영국 비평가들은 개봉 초기부터 〈기생충〉의 흥행 성공을 점쳤다. “자본주의, 탐욕, 계급차별class discrimination을 잘 묘사했고 이런 주제가 영국인의 감성을 자극해서 분명 영화관에서도 성공을 이어가리라”는 예측을 내놓았었다. 그리고 〈기생충〉이 스릴러, 호러, 판타지 장르를 넘나드는 복합 장르의 영화여서 흥미롭다고도 했다. 특히 〈기생충〉에는 ‘제대로 된 절대적인 악인이 없다’는 점도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요소라는 것이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영국인들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때로는 선해지기도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과 악을 단순하게 가르는 할리우드식의 권선징악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기생충〉은 타인의 삶을 훔쳐보길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 주제이다. 영국 TV 인기 드라마는 모두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이웃의 은밀한 삶을 훔쳐보는 듯한 드라마(spy on the private lives of neighbours through hole in the wall)’들이다. BBC TV에서 1985년부터 매주 30분짜리 두 편을 방영해서 6400회 이상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이스트앤더스EastEnders〉가 바로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기생충〉은 가난한 자가 부자의 가정으로 침투해 그들의 삶을 은밀하고 철저하게 휘젓다가 결국 자기 멸망으로 가는 주제이니 영국인의 입맛에 딱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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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일정 : 10/18(화)~10/22(토), 총 5회
1화 _ 영국 왕실에서 쓰는 고급 영어 뜯어보기
2화 
영국인이 <기생충>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3화 _ 눈물 대신 파티? 영국의 독특한 장례식 문화 
4화 _ 영국인의 소울푸드가 '카레'인 이유
5화 _ 영웅일까, 악당일까? 유일무이의 영국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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