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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아이북스 Oct 19. 2022

[책 미리보기 3화] 눈물 대신 파티?영국의 장례식


슬픔 대신 헌정
펑키한 느낌으로 꾸며진 말콤 맥라렌(Malcolm McLaren)의 관


영국 장례식이 언제부턴가 슬픔mourning의 의식이 아니고, 고인의 일생에 바치는 헌정tribute의 의례로 바뀌고 있다. 유족은 물론 친척, 친구, 친지들도 장례식을 마냥 슬퍼하고 애도하는 의식으로 치르지 않고, 고인의 일생을 치하하고 기념하는 의례로 치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장례식의 목적을 애도가 아닌 ‘한 인생의 치하(a celebration of life)’라고 표현한다. 한 인간으로서 긴 삶을 살았고, 비극적인 운명을 맞아 애처롭게 끝을 맺었으니 장례식만큼은 마냥 슬프고 세상의 끝인 듯 고인을 보내지 말자는 뜻이다. 예를 들면, 외출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꽃다운 청춘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16세 소녀의 장례식을 봐도 그렇다. 소녀의 죽음 자체는 애절하기 그지없지만, 장례식만큼은 소녀의 평소 모습처럼 발랄하고 예쁘게 치러 주자는 뜻이다. 친구, 친척들이 모여 소녀가 좋아했던 노래, 꽃, 옷, 음식을 차려 놓고, 정말 진심으로 소녀의 짧고 아름다웠던 인생의 의미를 찾아 주는 의식을 하는 일이 그 소녀에 대한 최대한의 사랑의 표시이고 예의라고 영국인들은 여긴다.




미리 준비하는 맞춤 장례식

 1970년대 세계를 휩쓴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를 창단한 말콤 맥라렌은 2010년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영국 최고의 대중 공연 예술인이었던 그는 자신의 장례식을 시대의 풍운아답게 준비해서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런던 북부 중심가를 고인이 한창 활동하던 70년대 유행의 히피스러운 장례 마차가 가고 그 뒤를 200여 명의 댄서들이 밴드 연주에 노래를 부르면서 따랐다.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인근 교통이 마비되고, 군중들이 몰려들어 댄서들을 따라 가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가 벌어졌다. 바로 그런 떠들썩하고 축제 같은 장례식을 멕라렌이 원했다. 자신은 남들처럼 조용히 잊혀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맥라렌은 부모를 일찍 잃어 “못되게 구는 일이 좋은 일이다. 착하게 살면 정말로 지겨운 일이다(To be bad is good because to be good is simply boring)”라고 하는, 당시로는 대단한 할머니 손에 큰 덕분에 맥라렌은 정말 특이한 인물이 되었다. 결국 그의 묘비명도 ‘얌전한 성공보다는 장관을 이루는 실패가 낫다(Better a spectacular failure, than a benign success)’이다.









영국 장례식에서 꼭 지켜야 할 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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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_ 영국 왕실에서 쓰는 고급 영어 뜯어보기
2화 영국인이 <기생충>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3화 _ 
눈물 대신 파티? 영국의 독특한 장례식 문화 
4화 _ 영국인의 소울푸드가 '카레'인 이유
5화 _ 영웅일까, 악당일까? 유일무이의 영국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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