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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아이북스 Oct 20. 2022

[책 미리보기 4화]
영국인의 소울푸드가 '카레'라고?



영국 내 인도인의 영향력

영국인에게 인도 아대륙亞大陸, subcontinent(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를 지칭)인들은 단순한 소수 민족이 아니다. 스코틀랜드나 웨일스인만큼 친밀해 외국인이라 느끼지 않는다. 영국 어디를 가도 인도 아대륙인이 보이고 그들의 식당이 있다. 인도 아대륙 식당은 저렴하고 영국인 입맛에 맞게 맛을 바꿔 인기가 높다. 해외에 사는 영국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고향 음식도 피시 앤 칩스가 아니라 영국식 카레라니 영국인의 삶에 이들이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알 수 있다. 영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한 영국식 카레는 맵지도 않고 냄새도 강하지 않아 정말 영국인들이나 먹지 인도인들은 안 먹는 국적 불명의 카레이다.


영국에서 인기 있는 카레인 치킨 티카 마살라.

숫자로 봐도 그렇다. 영국 내 인도 아대륙인 인구가 320만 명이다. 인도 145만 명, 파키스탄 117만 명, 방글라데시 45만 명, 스리랑카 13만 명 등이다. 웨일스가 323만 명, 스코틀랜드가 525만 명이니 숫자로 봐도 이들 본토인 못지 않다. 혹시 나중에 여차하면 한 곳에 공동으로 모여서 땅을 분할해 달라고 해서 독립을 해도 될 만한 인원이다. 영국에 인도 아대륙인이 대거 유입된 때는 대영제국 시절이 아니라, 현대에 들어 영국이 의류 제품을 세계로 대거 수출하던 1970~1980년대였다. 1930년대만 해도 1만 명에 불과했다가 영국 의류공장 종업원으로 들어와 정착한 인도 아대륙인들이 가족과 친지를 불러들이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에 들어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들 이민 2~3세대가 부모들의 직업인 구멍가게, 옷가게, 인도 식당들을 벗어나 고등 교육을 받은 후 영국 주류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영국 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다인종 사회로 나아가다

나는 영국에서 40년을 살고 있지만 운이 좋아서였는지 한 번도 면전에서 인종차별을 당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영국인 모두가 아주 성숙한 시민이어서 인종차별 개념을 아예 갖고 있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영국인의 실제 마음속이 어떤지는 모른다. 더군다나 영국인들끼리 모여서 인종차별에 관해 뭐라고 말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상식 있는 영국인은 일단 밖으로는 인종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한때 세계 인구의 거의 4분의 1을 지배한 덕분인지, 영국인은 인종차별을 밖으로 나타내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게 됐다. 영국에는 인종차별 범죄에 대한 법률이 1965년에 제정된 후, 계속 보강되어 왔기에 일단 법적 장치도 잘 마련되어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인종차별을 제도적으로 금하고 인종 간의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시도였다.


런던 시내 한복판을 점령한 시민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 인종차별 금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증오범죄hate crime를 막고 처벌하는 법령도 제정되어 강력하게 시행 중이다. 영국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중죄라는 인식은 사회적 통념이 된 지 오래다. 영국 정치인이 인종차별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다. 심지어 브렉시트 투표 통과 이후 세력이 거의 소멸되어 버린 극우정당 ‘브렉시트당’에서조차 공개 석상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바로 출당시켜 버렸다. 그만큼 영국 정치인에게 인종차별은 금기의 화제이다. 직장에서도 인종차별 발언을 하면 바로 해고 사유가 되고, 학교에서도 인종차별은 정학이나 퇴교의 사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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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_ 영국 왕실에서 쓰는 고급 영어 뜯어보기
2화 
영국인이 <기생충>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3화 _
 눈물 대신 파티? 영국의 독특한 장례식 문화 
4화 _
 영국인의 소울푸드가 '카레'인 이유
5화 _ 영웅일까, 악당일까? 유일무이의 영국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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