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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아이북스 Oct 21. 2022

[책 미리보기 5화] 영웅일까, 악당일까?

유일무이의 영국 정치인, 크롬웰



뜨거운 논쟁의 중심이 되다

영국 역사에서 크롬웰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시각 차이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아직도 국민적, 국가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크롬웰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면 ‘올리버 크롬웰, 영웅일까? 악당일까?(Oliver Cromwell, Hero or Villain?)’라는 글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죽은 지 37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시민군을 이끄는 크롬웰


크롬웰을 이르는 호칭도 극단으로 갈라져 천차만별이다. ‘자유의 쟁취자’, ‘민권의 수호자’, ‘영국 공화정의 아버지’, ‘종교 관용주의자’, ‘평등주의자’, ‘종교 자유의 수호자’까지는 우호적이다. ‘야심의 혁명가’, ‘영국 최초의 사회주의자’는 보기 드문 중립적인 호칭이다. 그런가 하면 악평도 다양하다. ‘종교 근본주의자’, ‘야망의 모사꾼ambitious schemer’, ‘권력욕에 물든 위선자hypocrite corrupted by power’는 그나마 온건한 편이지만 ‘아일랜드인 인종청소자’, ‘희대의 살인자’, ‘유럽 최초의 파시스트’, ‘광신적 국왕 살해자a fanatical regicide’에 이르면 거의 엽기적 범죄자이다.



비신사적인 목표 지상주의자
크롬웰에게 참수당한 찰스 1세

크롬웰의 생각을 규정한 가장 중요한 잣대는 반가톨릭이었다. 그는 가톨릭을 그리스도교가 아니라 우상 숭배를 하고 미신을 믿는 사악한 이단 종교라고 전적으로 믿었다. … 그래서 성공회 내에 상존하는 가톨릭 잔재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영국은 결코 구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배층이자 기득권층인 왕실과 귀족들은 아직도 가톨릭 구체제의 종교적 관성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했다. 청교도정신Puritanism에 흠뻑 빠져 있던 크롬웰은 이런 세태를 몹시 개탄하면서 일찍부터 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찰스 1세 왕이 세금 문제로 의회와 대립하여 일어난 소요를 계기로, 크롬웰은 동조자들을 규합해 행동에 나섰다. 자신이 믿는 신의 정부를 세우기 위한 호기로 보고 참전을 결심한 것이다. …

 당시 크롬웰의 시민군은 적이라는 존재는 패배, 복종시켜 거느리는 대상이 아니라 쳐부수어 말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당백의 역량을 발휘했다. 크롬웰 역시 적인 왕당파는 설득해서 공존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상에서 사라지게 해야 세상이 바로 잡힌다고 보았다. 그런 자신의 투쟁이 성전聖戰이기 때문에 피가 흐르고 무자비하게 적을 대하는 일은 당연하다고도 여겼다. 자기 편에게만 공정하게 대하고, 적에게는 어떤 계략을 써도 무방하다는 철학이었다. 흡사 한쪽의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세력들이 ‘우리가 세상을 구하기에,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정당하다’라고 믿는 생각과 같다. 그중 하나의 예가 9년의 시민전쟁에서 시민군에 최종 승리의 전기를 마련해 준 ‘티타임tea time’ 공격 전략이었다. 당시는 전쟁 중이라도 티타임에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오랜 원칙이 있었다. 지금도 영국에는 근무 시간 중 오전·오후 두 번의 티타임이 허용될 정도로 이는 불가침의 시간이다. 그러나 크롬웰은 이런 전통을 어기고 왕당파가 티타임으로 무장 해제된 틈을 타서 공격을 퍼부어 전쟁 시작 2년 만인 1644년 7월 2일 마스턴무어 전투에서 첫 승리를 올렸다. 

 불과 두 시간 동안의 이 전투에서 의회파는 300명의 전사자를 낸 데 비해 왕당파는 4000명이 전사하고 1500명이 포로가 되는 괴멸적인 패배를 당했다. 찰스 1세는 이 패배로 북부 잉글랜드 지역을 잃어버려 시민군과의 세력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최종 패전으로 찰스의 목이 날아가는 비극의 씨앗이 어찌 보면 대단히 비신사적인 전략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크롬웰은 자신이 믿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전통과 관습마저 부숴도 된다고 여기는 목표 지상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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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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