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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외의 Dec 19. 2021

토마토 오픈 샌드위치



맛의 공식을 기억하자. 초록, 하양, 빨강. 이탈리아 국기 색을 떠올리면 된다. 바질, 치즈, 토마토. 무조건 맛있는 조합이다.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자칭 ‘샌드위치 러버’는 오픈 샌드위치 레시피를 택했다. 빵은 잘 구운 치아바타 대신, 바삭 쫄깃한 깜빠뉴에 먹는 걸 좋아한다. 운 좋게도 집 근처 유명한 천연 발효종 빵집이 있어서 종종 빵 쇼핑을 나선다. 바게트, 깜빠뉴, 호밀빵 등등 담백하고 시큼한 사워도우의 맛이 난다.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빵도 과하지 않고 깔끔하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 머리통만 한 깜빠뉴를 구매했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빵 생김새만큼이나 몇 주는 든든하다.



방울토마토는 생으로 먹기보다 요리에 활용하려 구매하는 편이다. 토마토 카레나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 같은 음식을 해 먹다 보면 애매한 개수만 남게 된다. 쭈글쭈글해진 방울토마토를 위해 깜빠뉴를 꺼냈다. 냉동된 빵은 프라이팬에 구워주면 갓 구워낸 빵처럼 손색없다. 이제, 앞서 말했던 맛의 공식대로 대입해 풀면 된다. 초록, 바질 페스토를 펴 바른다. 하얀, 치즈를 크기에 맞춰 얹어주고 빨간, 방울토마토를 슬라이스 해 올려준다. 오븐에 구워주면 끝이다. 구운 토마토는 생 토마토와 큰 차이가 있다. 풍미가 다르기 때문에 꼭 구운 토마토를 올려야 한다. 치즈는 모차렐라 치즈가 좋지만 체다치즈도 문제없다. 오븐에서 꺼내어 그 위에 올리브유를 몇 방울 뿌려주면 더 좋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 혹은 파르메산 치즈를 그라인더로 갈아 올려줘도 맛있다. 바질 가루를 뿌리고 통후추도 갈아 올려준다.


오선지 위 음표처럼, 삼박자 고루 갖춘 음식을 접시 위에 올린다. 첫입은 요령이 필요하다. 깜빠뉴의 바삭한 가장자리가 입천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입 더 먹으면 쫄깃한 빵이 느껴진다. 빵 사이에 스며드는 토마토는 소스 역할을 한다. 바질페스토와 치즈의 향이 풍기고, 간이 안 된 빵과 토마토에 짠맛이 섞여 풍미를 더 해준다. 공들이지 않고 무언가를 얻어 냈을 때의 얼떨떨함과 무언의 죄책감까지 드는 음식이다. 우리집에 더이상 쭈글쭈글한 토마토는 없다. 접시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장렬히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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