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공식을 기억하자. 초록, 하양, 빨강. 이탈리아 국기 색을 떠올리면 된다. 바질, 치즈, 토마토. 무조건 맛있는 조합이다.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자칭 ‘샌드위치 러버’는 오픈 샌드위치 레시피를 택했다. 빵은 잘 구운 치아바타 대신, 바삭 쫄깃한 깜빠뉴에 먹는 걸 좋아한다. 운 좋게도 집 근처 유명한 천연 발효종 빵집이 있어서 종종 빵 쇼핑을 나선다. 바게트, 깜빠뉴, 호밀빵 등등 담백하고 시큼한 사워도우의 맛이 난다.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빵도 과하지 않고 깔끔하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 머리통만 한 깜빠뉴를 구매했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빵 생김새만큼이나 몇 주는 든든하다.
방울토마토는 생으로 먹기보다 요리에 활용하려 구매하는 편이다. 토마토 카레나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 같은 음식을 해 먹다 보면 애매한 개수만 남게 된다. 쭈글쭈글해진 방울토마토를 위해 깜빠뉴를 꺼냈다. 냉동된 빵은 프라이팬에 구워주면 갓 구워낸 빵처럼 손색없다. 이제, 앞서 말했던 맛의 공식대로 대입해 풀면 된다. 초록, 바질 페스토를 펴 바른다. 하얀, 치즈를 크기에 맞춰 얹어주고 빨간, 방울토마토를 슬라이스 해 올려준다. 오븐에 구워주면 끝이다. 구운 토마토는 생 토마토와 큰 차이가 있다. 풍미가 다르기 때문에 꼭 구운 토마토를 올려야 한다. 치즈는 모차렐라 치즈가 좋지만 체다치즈도 문제없다. 오븐에서 꺼내어 그 위에 올리브유를 몇 방울 뿌려주면 더 좋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 혹은 파르메산 치즈를 그라인더로 갈아 올려줘도 맛있다. 바질 가루를 뿌리고 통후추도 갈아 올려준다.
오선지 위 음표처럼, 삼박자 고루 갖춘 음식을 접시 위에 올린다. 첫입은 요령이 필요하다. 깜빠뉴의 바삭한 가장자리가 입천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입 더 먹으면 쫄깃한 빵이 느껴진다. 빵 사이에 스며드는 토마토는 소스 역할을 한다. 바질페스토와 치즈의 향이 풍기고, 간이 안 된 빵과 토마토에 짠맛이 섞여 풍미를 더 해준다. 공들이지 않고 무언가를 얻어 냈을 때의 얼떨떨함과 무언의 죄책감까지 드는 음식이다. 우리집에 더이상 쭈글쭈글한 토마토는 없다. 접시 위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장렬히 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