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외의 Feb 01. 2022

효심씨

대답 없는 효심씨



효심씨의 3 면접이 있는 . 전교생  하위권 학생들만 서울대를 간다는 명문고  명문고 ‘알생트 고등학교 입학 면접이다. 그의 하루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도 계획표에 맞춰 돌아간다. 효심씨의 옆엔  어머니, 지극씨가 있다. 효심씨는 지극씨의  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 교육을 받고 자랐다. 다행히 효심씨는 뭐든 군말 없이 하는 성격에 비상한 머리까지 가져 까다로운 그녀를 따라와   있었다.


알생트 고등학교는 섬에 위치한 기숙 학교라 인천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운항 스케줄도 적을뿐더러 정원도 적어 전날 저녁에 미리 출발한 면접자까지 있을 정도다. 지극씨는 다행히 티켓팅에 성공하여 면접 시간에 맞춰 당일에   있었다.


서둘러 챙긴 모자는 준비된 차에 올라탄다. 기사님이 따로 계시는 고급 세단이다. 평소엔 효심씨의 아버지가 타고 다니지만,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둘에게 양보했다. 편하게 이동하는 시간 동안 뒷자리에서 지극씨가 효심씨에게 면접 모의 질문을 하고 있다. 차가 막혀 강변북로 위에 갇혀있지만 지극씨가 시간을 넉넉잡아 나온 덕에 괜찮았다.


그렇게 슬금슬금 움직이던 차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른다. 기사님은 당황하며 지극씨에게 사실을 알렸고 차를 갓길로 정차했다. 상황 파악이  지극씨는 ‘택시라도 빨리 불러주시고 차는 알아서 해결해 주시라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배를 타지 못하면 면접을 놓쳐 기회조차 없었다. 아뿔사, 택시는 쉽게 잡히지 않았고 요금을  배로 주겠다 하고 나서야 겨우 잡았다.


하지만 여객 터미널에 도착하니 배는 이미 떠나고 있었다. 지극씨는 지체할 사이도 없이 터미널 근처를 활개 치고 다니며 개인 어선을 가진 선장을 찾아 나섰다. 그중  멀리 배에 걸린 밧줄을 정리하고 있는, 입에  담배에 손도 대지 않은채로 연신 연기를 뿜어대는 남자를 발견한다.


지극씨는 그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본인의 사정을 설명했다. 선장은 ‘불법 개축 걸려버린 어선이라 운항이 금지됐다 안된다고 답한다. 지극씨는 지갑 속에서 수표  장을 꺼낸다. 선장은 기름값도  된다며 가시라고 손사래 친다. 지극씨는 한숨 쉬며    꺼내 보인다. 선장은 벌금 값도  나온다며 담배를 고쳐 물고 연기를 뿜어댔다. 지극씨가 이번엔 지갑이 아닌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보인다. 선장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자 재생 버튼을 누른다. 지극씨와 선장이 나눈 대화 소리가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불법 운행하려던  신고당해서 벌금 물으실래요? 아니면   벌고 가실래요?” 효심씨는  뒤에서 무표정으로 보고 있다. 그저 ‘엄마답게해결했다고 생각한다. 선장은 어찌할 도리 없이 지극씨가 제시한 액수를 받고 운행하기로 한다. 지극씨는 선장의 지저분한 조끼 주머니에 수표  장을 접어서 꽂는다. “나머지  장은 시간 안에 도착하면 받는걸로지극씨는 눈빛이 매섭게 변한 선장을 지나쳐 효심씨를 데리고  쪽으로 간다.


유난히 높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보기 좋게 떠 있다. 지극씨는 늦을까 봐 노심초사 휴대폰을 분마다 확인하고 있고 효심씨는 색다른 경험에 조금 들떠 있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구석에 앉아 책을 읽는데 파도가 배에 부딪히는 소리가 조금 거슬린다. 효심씨는 바지를 털고 일어나 조용한 곳을 찾아보던 중, 선장실 안에서 통화 중인 듯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봤는데 지갑이 수표로 두둑하더라니까? 배 앞이라 CCTV 없었어. 죽인 다음엔? 물고기 밥으로 주면 되잖아” 효심씨는 조용히 몸을 숨기고 머리를 굴린다. 섬까지는 늦어도 20분이면 도착할 테니 선장이 곧바로 행동할 것을 알고 있다. 시간이 없었다.


선장은 선장실에 구비  두터운 칼을 조끼 속에 숨긴다. 그리고 선장실 밖을 나가 효심씨와 지극씨를 찾는다. 배의 상판 쪽에서 지극씨가 보인다. 하늘 위로 손을 뻗어 안터지는 휴대폰의 신호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선장은 조끼 속에 숨겨둔 칼을 꺼내며 지극씨에게 다가간다.  순간, 효심씨가 선장의 뒤에서 인기척을 낸다. 소리를 듣고 놀란 선장은 바로 지극씨 뒤로  목을 두르고 칼을 가져다 댄다. 핸드폰은 날아가 내동댕이 쳐졌고 지극씨는 살려 달라 소리친다. 효심씨는 손에  쇳덩어리를 선장에게 보이며  발짝 다가갔다. “다가오면 진짜 너네 엄마 죽여버릴거야!!!” 흥분한 선장이 소리쳤다. 지극씨는 목을 뒤로 빼보지만, 칼날은  붙어 쫓아온다. 효심씨는  발짝  다가간다. 선장과 지극씨가 주춤하며  발짝 뒤로 물러섰다.


 순간 선장과 지극씨 위에 걸려 있던 그물이 펼쳐지며  둘을 포획했다. 효심씨는 손에  쇳덩어리를 바다로 던졌다. 쇳덩어리에 연결된 줄이 당겨지며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둘을 포획한 그물은 그대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선장은 들고 있던 칼로 그물을 끊어 내려 애쓰고 있고, 지극씨는 효심씨에게 살려 달라며 소리치지만 효심씨는 대답이 없다.


시끄럽던 둘의 비명과 기계 소리가 잠잠해지자 또다시 배 위에는 파도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린다. 그 많던 구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하늘도 바다도 새파랗다. 팔베개하고 드러누워 있는 효심씨는 홀로 남겨진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거슬리던 파도 부딪히는 소리도 듣기에 좋다. 하늘을 유영하는 배에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

집에 돌아온 효심씨가 어항 앞에 서 있다. 그나마 남은 금붕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물속을 헤집자 은신처로 놔둔 작은 항아리 안에서 죽은 금붕어가 떠밀려 나온다. 시체를 건져내고 멍하니 어항을 본다. 큰 어항에 혼자 남은 한 마리가 퍽 외로워 보인다. 큰 집에 혼자 남겨진 어릴 적 본인의 모습이 보인다. 홀로 남은 한 마리를 뜰채로 떠, 작은 어항으로 옮겨주고서 집을 나선다.

매거진의 이전글 칭따오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