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비를 줄이고, 건강을 관리하며, 끊임없이 일하는 삶.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자산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생겼다.
그녀는 아담한 체형에 모나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볼수록 편안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꽤 올바른 성격을 가졌고, 조용하지만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갑각류를 포함해 가리는 음식이 많았고, 술을 전혀 마시지 못했다.
나는 반대로 술을 즐겼다.
일주일에 한 번은 혼술을 했고, 한때는 주 5일을 술과 함께 보낸 적도 있을 정도였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는데,
그녀와는 이 부분에서 결이 맞지 않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만에 용기를 냈다.
첫 번째 용기는 독서 모임에서 세 번째로 그녀를 만났을 때였다.
밥을 먹자며 자연스럽게 번호를 물어봤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 밥을 먹자며 번호를 건넸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그저 예의상 번호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그녀가 독서 모임에 나왔다.
언제나처럼 집 가는 방향이 같았고, 자연스럽게 버스를 함께 타게 되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왠지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 보였다.
착각일까, 아니면 변화의 조짐일까.
그날 받은 번호로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하니,
예전에는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려놓았던 그녀가 기본 프로필로 바꿔두었다.
누군가와 썸을 타다가 잘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우리는 또 다른 일행들과 함께 걸었다.
가던 길에 주변 가게 이야기가 나왔고, 그녀는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다.
대화의 흐름 속에서 누구를 특정하지 않은 말이었지만,
그녀는 내 말에 유독 꼬박꼬박 반응해 주었다.
집 앞에 도착한 후,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거리를 두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락하면 괜히 어색해지는 건 아닐까?
시간이 흘렀다.
10분, 20분, 30분……
에잇, 모르겠다.
적어 놓았던 카톡을 그대로 보내버렸다.
“아까 치킨 먹고 싶다 했었지?
시간 되면 같이 먹으러 갈래?”
시간은 밤 9시 30분.
꽤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읽히지도, 답장이 오지도 않았다.
역시 안 읽씹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호감이 없었나 보다.
점점 낙담했다.
외출복도 벗지 못한 채 답장을 기다리다가, 결국 모든 기대를 접고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이제서야 카톡 봤어. 다음에 치킨 먹자!”
그리고 짧게 덧붙인 한마디.
“굿밤!”
그녀는 그렇게 대화를 종결시켰다.
애매했다.
조금 더 내가 다가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정도 선에서 멈춰야 하는 걸까?
너무 오래 연애를 쉬었다.
아니, 애초에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일까?
아니면, 내가 배려를 하지 못한 걸까?
생각이 점점 많아졌다.
나는 아직 결혼까지 생각하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당장 연애를 하기에도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이 더 많은 고민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치킨을 먹을 날을 기다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건,
내가 다시 용기를 내야 한다는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