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존재

by ToBecomeAFlower



1


30살이 넘으면 인생이 어느 정도 정리될 줄 알았다.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점점 줄어들며,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보다 익숙한 것들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뭔가 허전했다.

새로운 경험은 거의 다 해봤고, 취미도, 관계도, 일도 예상 가능한 선 안에서 흘러갔다.


이게 전부일까?

남은 삶이 그저 익숙한 일상의 반복이라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봤다.

작은 손, 맑은 웃음소리.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저렸다.


나는 생각했다.

아, 나는 저런 존재를 원하고 있었구나.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 아니라, 그저 나를 닮은 존재.

온전히 사랑을 쏟아부을 수 있는 존재를.


2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을 때, 사람들은 물었다.

“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서?


아니, 나는 그저 사랑을 주고 싶었다.

그게 이유였다.

나를 닮은 작은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그 존재를 지켜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완전함을 줄 것 같았다.


나는 아이를 가질 방법을 찾아냈고, 결국 나와 닮은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났다.


작고 따뜻한 몸을 품에 안았을 때, 나는 알았다.

내가 찾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걸.


3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밤새 울어대는 날도 있었고, 이유 없이 투정을 부리는 날도 있었다.

때때로 지쳤고, 때때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작은 손이 내 손을 꼭 잡을 때,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내 삶이 온전히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가 자라면서 나는 점점 변했다.

더 부드러워졌고, 더 인내하게 되었고,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나는 완전한 어른이 되었다.


4


시간이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는 늙어갔다.

어느새 내 손을 꼭 쥐던 작은 손은 나보다 커졌고, 나를 올려다보던 눈은 나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갈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사랑했고, 충분히 행복했고, 충분히 살아냈다.


남은 인생은 덤일 뿐이었다.

생존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남은 시간들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모든 것을 경험했고, 나를 닮은 존재를 남겼다.

그렇다면, 이 정도면 됐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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