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가볍게 보려면 재미없고, 생각하면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위스키와 얼음을 준비했다. 영화관에서 이렇게 도수가 센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
세척한 과일을 곁에 두고, 얼음컵에 위스키를 따랐다. 첫 모금은 천천히, 두 번째는 조금 더 크게, 세 번째부터는 벌컥벌컥. 광고가 끝나기도 전에 병의 1/3이 비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머릿속이 조금씩 둔탁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등장인물의 대사가 비수처럼 꽂혔다.
나는 늘 효율을 중시했다.
같은 시간을 들였을 때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결과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속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때로는 직접적인 말로 그들의 방식과 열정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대사가 내 사고를 조금씩 흔들었다.
‘효율’이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시간이, 노동이, 건강이, 혹은 존엄성이 소모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돈을 지불하는 것만으로 내가 원하는 걸 얻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하고 있다.
그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문득, 이국종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기피하는 일, 하지만 그런 일들이 없으면 사회는 돌아가지 않는다. 건설 노동자, 외근 근로자, 환경 미화원, 배달원… 그들의 노동이 사회를 지탱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는다.
“내 일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정말 그럴까?
만약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언젠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이 사회가 지속되려면, 상대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스키가 절반쯤 남아 있었다. 얼음이 녹아 흐려진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영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달라진 시선으로 그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