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와 몰입

by ToBecomeAFlower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하루였다. 깨어나고, 씻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쉬는 것. 그 과정에 돌발적인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기쁨이나 불행이 스며들지도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


어떤 이들은 이런 상태를 이상적인 행복이라고 했다. 불행이 없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나 역시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지루한 평온함이 반복될수록, 나는 무언가 조금씩 무뎌지는 기분이 들었다. 설렘도, 긴장도, 기대도 없이 기계적으로 하루를 소화하는 나 자신이 낯설었다.


며칠 전, 나는 좋은 꿈을 꾸었다. 어쩐지 길몽처럼 느껴졌고, 그 김에 복권을 샀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상상이 즐겁지 않았다. 수입차를 사고, 신축 아파트를 사고, 원하는 것을 사들이는 그림이 떠올랐지만, 그것이 내 삶을 얼마나 달라지게 할지 떠올려 보니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복권 당첨으로 인해 생길 번거로움과 변화가 더 귀찮게 느껴졌다.


“혹시 나 지금 충분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내 삶이 이미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이 공허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오늘, 오랜만에 책을 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최근 들어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졌고, 이대로 가다가는 무언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상하게도 오늘은 책 속 문장들이 유독 또렷하게 다가왔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현실의 나를 잊고 그 안으로 빠져들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나는 오랜만에 뇌가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권태는 몰입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었구나.”


삶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새로운 자극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몰입할 만한 것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들은 언제나 몰입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었다. 내일은 또 무엇에 몰입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니, 오랜만에 하루가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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