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깨닫게 된 순간

표를 먹고 사는 직업의 본질

by ToBecomeAFlower


예전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과 달랐다.

정치인이 말을 흐리거나, 뭔가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답답했다. 왜 저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할까? 왜 단호하게 말하지 못할까? 분명히 똑부러지게 말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해가 됐다.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대중의 표심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대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냉철하거나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감정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 휘둘리기 쉽다. 결국 정치인은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무게 때문에 말을 흐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똑똑해서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덜 나쁜 놈을 뽑자’는 주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만약 정치인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라 전체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 진짜 발전을 위한 정책보다 내 정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표 많은 집단을 위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정치도 결국 ‘직업’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결국 월급쟁이다. 다만 그 월급이 ‘표’라는 형태로 주어질 뿐.


이런 회의감은 단지 정치판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예전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정말 진심으로, 과 사람들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무관심이었다.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알려고 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오히려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사람들만 더 눈에 띄었다. 그때 느꼈다. 정치를 한다는 건, 또는 누군가를 대표한다는 건, ‘선한 마음’만으론 절대 되지 않는 일이구나.


세상은 이상보다 생존에 가까운 쪽으로 흘러간다.

말을 아끼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표심을 읽고, 손해 보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것. 그게 현실이다. 냉정하고 씁쓸하지만, 그 안에서라도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이상을 바라보되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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