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토요일. 느긋하게 침대에서 강아지와 미적거리다가 몸을 일으킨다. 냉장고를 열어 남은 재료들로 대충 아침을 차려 먹고,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리고 소고기 통조림과 버무려 콩순이 밥을 만든다. 밤새 동안 먼지가 내려앉은 콩순이의 물그릇을 비우고 깨끗한 물을 다시 채워준다. 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만든다.
얼마 전 중고로 저렴하게 구입한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으로 따뜻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한 잔과 샷이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든다. 5칸으로 된 투명한 캡슐 보관함에서 캡슐 두 개를 꺼낸다. 오늘은 어떤 컵에 커피를 내릴지 약 3초간 고민한다. 대부분 차갑게 커피를 마시는 남편은 크고 투명한 유리컵을, 따뜻한 커피를 선호하는 나는 사이렌이 그려진 스타벅스 머그컵을 택한다. 하나씩 캡슐 투입구에 끼워 넣고 덮개를 닫는다. 딸깍-소리와 함께 지이잉하며 커피머신이 작은 울림을 내고, 가냘프고 검은 물줄기가 쫄쫄쫄 흐르며 컵의 밑바닥까지 맞닿았다가 검은 물결의 수위를 천천히 높인다.
거실에 모인 우리는 각자의 일들을 한다. 콩순이는 밥을 먹고,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낮게 트림한다. 대각선에 놓인 배변판에서 볼 일을 시원히 해결하고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콩순이의 집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다송이의 미제 텐트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텐트에 자리 잡은 콩순이는 이내 낮게 코를 골며 잠든다.
남편은 아이스커피를 받아 들고 거실 소파 끝에 걸터앉아 비스듬한 자세로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는다. 소파에 앉아 있던 남편의 엉덩이가 슬그머니 조금씩 앞으로 빠지면서 자세가 비틀어지다가 이내 허리디스크 발병에 최적화된 자세가 된다. 나는 이 사태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남편의 자세를 타박한다. 남편은 스멀스멀 자세를 바꾸는 듯하더니, 결국은 소파에 길게 누워버린다. 나는 남편의 목을 조르거나 뱃살을 살짝 꼬집는 것으로 응징한다.
모든 임무를 완수한 나는 따뜻한 커피를 들고 서재(라 이름 붙인 책이 많은 내 방)로 간다. 아이패드로 배경음악을 깔아 둔다.(요새는 어쿠스틱 카페의 음악을 처음부터 다시 듣는다) 원목 책상 앞에 앉아서 투명 독서대에 놓아둔 책을 다시 읽는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거나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책을 읽다 좋은 글귀들을 끄적거린다. 따뜻한 커피가 다 식어갈 때쯤이 되면,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아침을 마무리한다.
아무런 약속도, 계획도 없는 조용한 주말.
극도의 내향인과 중도의 내향인이 만나 탄생하게 된 부부의 모습에 걸맞은 우리의 주말 일상이다.
실버타운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30대 신혼부부의 모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