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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19. 2020

소설이 그림이 되는 순간

<선택의 아이>와 리디북스 [책끝툰]



얼마 전에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안전가옥의 [대멸종] 앤솔로지에 수록했던 제 단편 <선택의 아이>가 리디북스에서 '책끝툰'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안전가옥 뉴스레터에 썼던 서문을 가져와 말해보고자 합니다. 따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외주 마감이 너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지 뭐예요. 그래도 브런치에 소식은 알리고 싶고!!!

그리하여 이렇게 조심스럽게 글을 씁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만화책을 샀습니다. 부모님께 들켜서 찢겼지만요. 서브컬처 만세를 외치는 십 대를 보냈습니다만, 소설가나 만화가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소설과 만화를 읽는 것을 쓸모없는 일이라 말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가, 창작을 직업으로 인식하며 자라기란 꽤 힘든 일입니다. 그렇게 평생을 소비자로 살 줄 알았는데, 지금은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꽤 힘들다는 게, 불가능과 동일어는 아니었던 겁니다.


학창 시절에 좋아하던 만화가 중에 클램프 CLAMP 가 있습니다. <카드캡터 사쿠라>와 <레이어스>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창작 집단입니다. 네 명이 함께 작품을 만들고, 클램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발표를 합니다. 저 공동 창작의 방식은, 제가 클램프를 좋아했던 이유의 절반쯤을 차지했습니다. 협업 아이 러브 유를 외치는 취향은 그때부터 소나무였습니다.


안전가옥의  《대멸종》  앤솔로지에 <선택의 아이>가 실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 9월 어느 날, <선택의 아이>를 리디북스의 ‘책끝툰’으로 제작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책끝툰’은 원작을 오리지널 웹툰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인데, 리디북스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책 끝을 접다’ 팀의 기획으로 말이지요. 저는 <묘생만경>으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습니다. 웹에 어울리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리즈에 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포함되는 것이죠. 당장 그러하겠습니다, 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메일 저편에 있던 뤽 님은 모르셨을 겁니다. 제가 그때 기쁨의 춤을(주변에서는 정체불명의 의식이라고 칭합니다만) 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원작자의 특권 중 하나는 사이트에 올라가기 전, 작품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일 링크를 받고, 선물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클릭을 했더랍니다. 그리고 또다시 춤을 추었더랍니다. 비록 뵌 적은 없지만 그림을 맡아 주신 선민 작가님이 원하는 일 다 하시고 많이 버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처음 ‘책끝툰’ 제작 메일을 받았을 때 걱정했었거든요. ‘이 이야기, 그림으로 그려도 화려하진 않을 텐데 괜찮을까?’ 라고요. 하지만 원고를 보는 순간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습니다. 특히나 돌고래인 뿌와 가나가 어울려 노는 장면은 제가 글을 쓰면서 상상했던 그대로라 신기했습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이미지를 타인이 밖으로 꺼내어 슥슥 그려내는 현장을 목도한,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선택의 아이> 책끝툰. 짧은 한 편의 소설이, 웹툰이라는 매체에 맞게 변해가는 과정은 실로 흥미로웠습니다. 전달 매체에 따라 이야기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옷을 입히는 것. 그것이 스토리텔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 이잖아요. 이야기를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행위. 듣는 사람의 상상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과정에 참여하게 해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능숙한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습니다. 꽤 힘들겠지요. 그렇지만 불가능은 아니란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자주 뵈어요. 어디에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안전가옥에서 또다시 기쁨의 댄스를 추게 되기를 기대하는.

파트너 멤버 범유진 드림






유튜브에 가시면 트레일러도 보실 수 있어요. 너무나 아름답게 만들어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https://youtu.be/m12-8BWG8z0



▶ 선택의 아이 책끝툰을 보시려면 여기로!!

https://ridibooks.com/v2/Detail?id=4096000001






저는 지금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에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어요!! 역시 여행은 제 삶의 비타민입니다. 야금야금 꺼내서 잘 먹으면서 버티려고 해요. 작년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덕분에 지금은 비타민 서랍이 꽤 풍부합니다. 

이번해 중반부터는 브런치에서도 새 시리즈를 선보이고 싶네요. 조곤조곤 준비해서 뵐 때까지!!

이렇게 소식 전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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