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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쥬 Sep 30. 2024

일하던 병원 응급실 방문한 이야기(2)

이번엔 골절이다.

사랑니 출혈로 응급실에 간 이후 나는 퇴사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 병원에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나는 다시 그 병원의 응급실에 가게 된다. 


추운 겨울이었다. 그날 소개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맥주를 한 잔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너무 추워서 양손을 패딩에 넣고 종종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 온 상태여서 얼른 들어가서 씻고 몸을 녹일 생각이었다. 눈이 오고 있었고, 길이 얼어 미끄러웠는데 집에 거의 다 와서 방심했다. 그 순간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어서 팔을 딛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졌다. 일어나려고 다리를 딛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왜 이러지.. 뭔가 이상했다.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엄마는 내가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다고 한다. 전화를 받으니 내가 울면서 "엄므아아..." 하니 너무 놀랐다고 했다. 엄마는 내쳐 뛰어내려 오셨다. 움직일 수 없어서 눈을 맞으며 웅크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119에 전화를 했더니 오늘 빙판길로 환자가 많아 늦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채 5분이 되지 않아 도착해 주셨다. 내가 눈을 맞고 있고, 엄마가 집에 물건을 챙기러 간 사이 모르는 아저씨가 우산을 씌워주셨다.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들 것에 실려 구급차를 탔다. 구급대원 분께서 어느 병원으로 가겠냐고 여쭤보셨다. 내가 살던 지역에 유명한 정형외과 병원이 있었고, 내가 다니던 대학병원이 있었는데 둘 다 자리가 있다고 했다. 나는 그래도 대학병원이 나을 것 같아 거기로 데려다 달라고 말씀드렸다. 두 번째 방문이었다.


우선 가임기 여성이 입원을 하면 임신 검사부터 한다. 나는 임신할 가능성이 하나도 없었다. 임신할 일(?)을 하지 않았으므로. 임신 가능성이 제로이니 검사를 안 받겠다고 했다. 왜냐면 소변 검사를 해야 했는데 보행이 불가하여 화장실에 갈 수 없으니 간이 변기를 침대에 올려놓고 누워서 소변을 봐야 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임신 정말 안 했으니까 소변검사를 생략해 달라고 요청드렸는데 병원에서는 반드시 검사로 확인을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수치스러웠지만 엉덩이를 들고 그 밑에 변기를 깔아 소변을 보았다. 왼쪽 다리에 계속 통증이 있어 겨우겨우 허리와 엉덩이를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소변이 다 새서 옷이며 시트가 다 젖어버렸다. 우리 엄마는 내 옷을 벗겨주고 간호사 선생님께 환자복을 요청해서 옷을 갈아입혀 주셨다. 다행히(그리고 당연히) HCG test negative가 떠서 약을 투여받을 수 있었다.


남자 간호사 분이 오셔서 나에게 "이거 케로민이에요." 하시며 주사를 놓으셨다.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자(보통 환자에게 진통제라고 말하지 상품명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국에 근무하시는 선생님 아니세요? EMR 메모에 쓰여있던데." 아마 이전에 근무할 때 어느 진료과 선생님께서 메모에 약국근무라고 적어두셨나 보다. "아.. 퇴사했어요." 하자 끄덕이시며 사라지셨다. 검사를 해보니 골절이 맞다고 한다. 다음 날인 토요일에 수술이 바로 잡혔다. 엄마는 그 와중에 레지던트 선생님께 가서 예쁘게 수술해 달라고(ㅋㅋ) 요청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대로 2주간 입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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