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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STA Sep 19. 2022

김동영이라는 작가

눈을 감지 않는 생선, 생선작가

비행기표를 끊었다.

가야한다. 제주도라고 했다. 제주도에서 톡콘서트를 하신다고 한다.

원래 끊었던 비행기 표는 화장실에서 식은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헛구역질을 셀 수 없을 만큼 하고나서야 환불을 받고 다시 표를 끊어서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건 카쉐어링한 차를 찾을 때 쯤 부터 제정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차를 찾으니 실감이 났다. 아. 이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구나.


쌩쌩달렸다. 운전이 아직 미숙하지만 다시 예전에 자유롭게 여행다니던 때가 떠오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모르겠다. 두근거렸는지 메스꺼웠는지. 


도착했다. 숲 속에 약 50좌석 정도 되는 작은 규모의 콘서트. 사람들도 그곳에 난 풀처럼 듬성듬성 있었다. 그리고 자리를 잡아 앉아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내 눈에 그사람이 보였다. 김동영 작가가. 에코백에서 무언가를 뒤적뒤적 하면서.

이윽고 작가님의 차례가 왔고 작가님은 적절히 농담이 섞인 말들을 하며 곧잘 말씀을 하셨다. 인스타 라디오 방송으로만 봐왔던 그 모습을 실물로 본다. 신기하다. 함께 있는 이 공간이 생소해. 작가님이 말을 마치고 작가님께 다가가 나의 신원을 밝히자 어떻게 왔냐며 나를 반겨주셨다. 나가는 길에 작가님 책을 팔기에 책도 한권 샀다. 그리고 밥을 사주신다기에 함께 보러 온 다른 두분의 팬들과 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에 어영부영 전화번호도 받았다. 꿈만 같았다. 잔잔한 호수. 비도 내리지 않아 말라가던 호수에 파동이 친다. 그것도 일렁일렁.


그리고 작가님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곳에서 함께 온 팬들도 소개받았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농담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작가님께 토하듯이 말했다. 어떻게 내가 왔노라고. 그렇다고 작가님에게 나를 들이밀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만큼 온 내가 뿌듯하긴 했던 모양이다. 저녁을 다 먹고 다른 팬분들이 공항근처에 숙소를 잡았기에 데려다 주기위해 작가님차를 타고 이동했다. 나는 왜 탔는지 모르겠지만 작가님께서 돌아오는 길이 심심하니 타라고 하셔서 작가님 옆에 앉아 넷이서 알콩달콩 투닥투닥 이야기 하면서 갔다. 언니들(두 분의 팬)이 내리고 작가님과 나만 남은 차에서 내가 살아온 삶을 겉핥기 식으로 알려드렸고 작가님과 내 성격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작가님은 내가 너무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고 착하다는 점을 이야기 해주셨다. 그리고 작가님에게 그 이야기도 했다. '정서적 지지자' 당신이라는 안정제를 보면 작가님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렇게 지칭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나의 정서적 지지자는 우리 엄마다. 한편에서는 너무나 공감이 가는 그를 나를 동경하고 있던 걸까. 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계속 그와 한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님은 병원과 약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고 이어 다른 얘기들도 하다가 헤어졌다. 작가님과 나의 숙소는 걸어서 10분남짓이었기에 내 숙소에서 작가님 숙소가 보일 지경이었다. 사실 작가님과 같은 숙소를 예약하고 싶었지만 선을 넘는 것 같아서 근처 숙소를 잡은 것이었다. 숙소에 와서 짐을 풀고 씻고 침대에 누웟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누군가의 요청에 의해 급박하게 쓴 글이므로 추후에 수정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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